밀회 / Brief Encounter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1945년/ 감독: David Lean /주연: Trevor Howard + Celia Johnson
음악: Rachmaninoff / 86분. 흑백.
영화는 시대상(時代相)을 반영한다.
그러기 때문에 SF 작품이나 애니메이션이 아닌
그 어떤 픽션이라도 영화를 자세히 보면,
그 영화가 만들어진 시절의 문화(의상 등을 포함)나
사람들의 당시 사고방식 등등이 그대로 배어있게 마련이다.
그럼, 21세기에는 너무나 흔해 빠진
(각종 드라마, 영화의) 주제중의 하나,
‘외도(An Affair)‘ 나 ‘불륜(Unfaithfulness)’ 에 관한
1940년대의 시각은 과연 어떠했을까?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나면서 모든 것이 황폐하였던
1940년대 중반에 영국에서 만들어진 이 작품은 그래서
세기가 바뀐 오늘날 우리 현대인들과 그 시절 사람들의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비교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일남 일녀의 어머니이자
어느 중산층의 성실한 남편의 부인으로서
영국, 캐치워드에서 조용하게 살고 있는 평범한 주부,
로라(Laura Jesson)
(Celia Johnson 1908-1982. 영국).
매주 목요일이면, 인근의 밀포드로 나들이를 가서
도서관과 영화관에 들린 후, 쇼핑 등을 하는데,
어느 날, 기차역에 서있다
석탄가루가 눈에 들어가는 바람에
인근 마을, 철리에 살고 있는 중년의 의사,
알렉 하비(Dr. Alec Harvey)
(Trevor Howard. 1913-1988 영국)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 목요일에 카도마 식당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합석을 하면서, 이들의 운명적인
‘목요일의 만남‘은 시작이 된다.
오후에 영화를 같이 보고, 식물원 공원에서 보트도
타면서 점점 정이 들어가는 두 사람.
결국 4주 후에는 알렉이 사랑을 고백하며 키스를 하게 된다.
“이러면 안 돼! 이성을 찾아야지! ”라고
속으로 외치는 로라는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면서
더욱 죄책감을 느끼게 되지만, 그러나 온갖 상상을
다 해가면서 또 다시 다음 목요일을 기다리게 된다.
다음 목요일, 오후 12시30분.
병원 앞에서 알렉을 기다리던 로라는
결국 그날 오후 5시40분에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가
도로 내려, 시내에 있는 알렉의 친구네 아파트로 달려간다.
그러나 둘만의 시간도 잠깐,
친구인 스티븐이 갑자기 귀가를 하면서 도망을 치듯
역으로 뛰어 간 로라는 밤10시경에 다시 만난 알렉으로부터
2주 후에 형님이 계시는 요하네스버그로 자신이 떠나는 게
서로에게 좋겠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다음 목요일.
오후 내내 함께 한 마지막 만남의 이별의 순간은 드디어
다가오는데, 밀포드 환승역에서 우연히 만난 로라의 친구
달리의 수다는 알렉에게 작별의 인사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든다.
오후 5시40분발 캐치워드 행 기차 속.
눈을 감은 로라는 독백을 한다.
“이래선 안 돼..............
이 비극 속에 빠져 있어선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자신을 추슬러야 해.
그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어, 행복도, 절망도,
인생도 그렇게 오래 지속되진 않아.
오늘 일은 신경 쓰지 않을 때가 올 거야.
편하게 미소 지으며, ‘정말 어리석었어...’라고
말 할 때가, 아니, 그런 때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언제까지나, 내가 죽는 그날까지.....“
극작가, 노엘 카워드(Sir. Noel Coward. 1899-1973. 영국) 경이
1935년에 초연을 한 30분짜리 단막 극,
‘조용한 삶(Still Life)’이 이 영화의 원작인데,
감독인 데이비드 린(David Lean. 1908-1991. 영국)도
직접 참여한 시나리오 작업에는 로라의 집이나 알렉의 친구네
아파트, 밀포드 환승역, 그리고 공원 등이 영화에 맞게끔
배경장소로 추가가 되었다.
배우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1918년),
작가로, 또는 영화음악가로, 그리고 제작자로도 활동을 하던
노엘 카워드는 1942년에 자신이 각본을 쓰고 출연까지 했던
‘토린 호의 운명(우리가 봉사하는 것/In Which We Serve)’
이라는 작품에 편집기사 출신의 데이비드 린을 공동 연출자로
참여시키면서 린에게 감독 데뷔를 시켜준 장본인이기도 한데,
이 ‘밀회’의 제작자로서 1944년부터의 초기 기획단계서부터
영화음악까지 모든 분야에 관여를 한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20세기 중반에 영국 영화의 위상을 높인 최고의 공로자로
아직까지도 인정을 받고 있다.
[맨 위의 사진같이,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도 그렇게
쓰였지만, 이는 마치 ‘데이비드 셀즈닉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처럼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노엘 카워드의 밀회’ 라고 표현을 한다.]
유성영화 시대가 갓 열린 1930년대 초반서부터,
많은 클래식 음악이 영화음악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1932년의 ‘그랜드 호텔(Grand Hotel)’에서는
요한 스트라우스(Johann Strauss)의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An Der Schonen, Blauen Donau)’를
비롯하여 10여 곡 정도의 많은 곡들이 호텔 로비의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으로 설정이 되면서 끊임없이 등장을 하였다.
또 슈베르트의 일생을 다룬
‘미완성 교향곡(Leise Flehn Meine Lieber. 1933)‘같이
작곡가나 연주자의 전기 영화들에서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만든 음악을 접할 수가 있었는데, 그런데 이 영화는
경우가 좀 다르다.
대사만 나오기가 뭣해서 배경 음악정도로만 클래식 음악을
활용하던 과거와는 달리, 기획 단계 에서부터 이미
어느 특정 곡(전곡)을 염두에 두고 제작을 하였던 이 작품은
영화 음악의 역사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오늘 날에도 손꼽히고 있는 것이다.
이는 1960년대에 미국의 인디펜던트 영화에서부터
그 유행이 급격히 시작이 된 ‘외부 음악 도입 방식
(주로 팝송 삽입곡들/Non Original Music)’과
어떤 면에서 일맥상통 하긴 하지만
그러나 제작 예산이 부족해서 그랬던 건 아니었고,
다만 제작자인 노엘 카워드 자신이 개인적으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Rachmaninoff. 1873-1943. 러시아)를
너무나도 좋아하였을 뿐이라고 하는데,
결국 노엘 카워드의 이런 발상은 훗날
스탠리 큐브릭(Stanley Cubric)같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어서,
‘에디의 애련(Eddy Duchin Story. 1956)‘,
‘이수(굿바이 어게인. Aimez - Vous Brahms. 1961)‘,
‘엘비라 마디건(Elvira Madigan. 1967)',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2001: Space Oddesey. 1968)’같이
다양한 클래식 음악이 활용된 작품들 탄생에 큰 일조를 하게 되었다.
1917년 공산 혁명이후,
소련(USSR)에서 가장 위대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손꼽히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Rachmaninoff. 1943년에 미국시민권 획득)가
1900년 가을에서부터 1901년 봄 사이에 작곡을 하였고,
1901년 10월에 자신이 직접 초연을 하였다는 그의
'피아노 협주곡 2번, C 마이너, Op. 18
(Piano Concerto No.2 In C Minor. Op. 18)'은
이 작품에서 너무나도 훌륭하게 영화 음악의 역할을 대신하였다.
주인공, 로라의 집 거실의 라디오를 통해서 들려오던 이곡은
그 유명한 오프닝 크레디츠 장면은 말 할 것도 없고,
열 번 정도 등장을 하는 로라의 모든 독백의 배경 음악으로
나오면서 분위기를 슬프고 심각하게 만들어 주었는데,
알렉과의 이별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특히 더 인상적으로 들려온다.
이미 ‘그랜드 호텔(Grand Hotel. 1932)’에서도
잠깐 들을 수가 있었던 이 피아노 협주곡은 이후
'라프소디(Rhapsody. 1954)' 나
‘7년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 1955)‘,
그리고 ’스파이더 맨 3(Spider Man 3. 2007)'등에서도
삽입곡으로 꾸준히 활용이 되었다.
피아니스트, 아일린 조이스(Eileen Joyce)와 뮐 매티슨(Muir Mathieson)이
지휘하는 내셔날 심포니 오케스트라(The National Symphony Orchestra)가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OST)녹음을 위하여 특별 연주를 하였다.
미국 클리블랜드 출신으로서, 래스베리스(The Raspberries)라는
락 밴드에서 활약을 하던 싱어 송 라이터,
에릭 칼멘(Eric Howard Carmen. 1949)이
1975년에 발표한 7분13초의 긴 발라드 곡,
‘올 바이 마이셀프(All By Myself)'는
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제 2악장(아다지오)에서
그 주제(Theme)를 차용해서 만들어 큰 히트를 하면서,
이 협주곡은 20세기 신세대들에게도 다시 한 번 더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 ‘올 바이 마이셀프’ 역시
‘투 다이 포(To Die For. 1995)‘나
‘다운 투 어스(Down To Earth. 2001)’같은
영화들에 삽입곡으로 사용이 되었었다.
그리고 이곡은 이후 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가 1976년에,
셀린 디온(Celine Dion)이 1996년에 각각 카버 버전을 발표하면서
더욱 더 유명해진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은인은 있게 마련이지만,
고마운 선배, 노엘 카워드 덕분에 이 출세작 한 편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데이비드 린(Sir. David Lean. 1908-1991. 영국) 경은
1946년에 미국에서 개봉이 된 이 작품으로 감독으로서
처음 미국 아카데미상의 후보가 되었고, 또 1946년부터
시작이 된 제1회 깐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대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후,
‘콰이 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 1957)’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 1962)’,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1965)’
같은 대작들의 연속적인 성공으로 마치 대작 전문 감독 같은
이미지를 심어주었지만,
‘라이언의 딸(Ryan‘s Daughter. 1970)’로 인한
좌절은 그에게 14년간의 공백을 가져다주었고,
1991년에 타계하기 전에 마지막 작품으로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 1984)’을 남겼다.
한편, 이 데이비드 린과 같은 시기에 비슷한 경우로
노엘 카워드에게 픽업이 되었던 여주인공,
실리아 존슨(Celia Johnson 1908-1982. 영국)은
영국 왕립 드라마학교를 졸업한 후, 연극계에서 주로 두각을
나타내었으나, 비비언 리(Vivien Leigh)와 함께 20세기 중반
영국이 가장 자랑을 하던 여배우가 되었다.
1974년에 소피아 로렌(Sophia Loren)과 리처드 버튼(Richard
Burton)이 주인공을 맡은 TV극으로 이 영화는 리메이크가
되었지만, 시대의 유행풍조가 달라서인지 큰 반향을 얻진 못하였었다.
“당신이 그동안 멀리 간 것만 같았는데, 다시 돌아와 고마워.”
거실 소파에서 정장 차림으로 크로스워드 퍼즐을 풀던 착한 남편,
후레드(위 사진)가 마지막 장면(위의 동영상)에서 하던 이 말은
과연 이상적인 부부관계란 어떤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간음을 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뛰어 넘어
“그런 마음만 먹어도 이미 간음을 한 것이다.” 라는 청교도 정신에
투철하였던 당시의 많은 영국 사람들에게 그래서 이들의 관계가
육체적이지는 않았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결혼은 미친 짓 이다(2002)’라는
극단적인 제목의 영화까지 나오는 오늘 날 21세기
현재의 남녀 관계와 비교를 하면 너무나도 시시할 수밖에 없고,
또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과연 ‘외도(An Affair)‘ 나 ‘불륜(Unfaithfulness)’ 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하는 정도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 작품은
오랜 세월이 흐르고 또 세기가 바뀐 아직까지도
인류 영화의 역사에 가장 인상적인 멜로드라마의
고전으로 손꼽히고 있고,
또 가슴 아픈 영화의 대명사로 여전히 불리기도 한다.
* 관련 동영상모음:
Jay. 241번째 영화리뷰. Mar. 2009.
1945년/ 감독: David Lean /주연: Trevor Howard + Celia Johnson
음악: Rachmaninoff / 86분. 흑백.
영화는 시대상(時代相)을 반영한다.
그러기 때문에 SF 작품이나 애니메이션이 아닌
그 어떤 픽션이라도 영화를 자세히 보면,
그 영화가 만들어진 시절의 문화(의상 등을 포함)나
사람들의 당시 사고방식 등등이 그대로 배어있게 마련이다.
그럼, 21세기에는 너무나 흔해 빠진
(각종 드라마, 영화의) 주제중의 하나,
‘외도(An Affair)‘ 나 ‘불륜(Unfaithfulness)’ 에 관한
1940년대의 시각은 과연 어떠했을까?
특히 제2차 세계대전이 막 끝나면서 모든 것이 황폐하였던
1940년대 중반에 영국에서 만들어진 이 작품은 그래서
세기가 바뀐 오늘날 우리 현대인들과 그 시절 사람들의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비교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일남 일녀의 어머니이자
어느 중산층의 성실한 남편의 부인으로서
영국, 캐치워드에서 조용하게 살고 있는 평범한 주부,
로라(Laura Jesson)
(Celia Johnson 1908-1982. 영국).
매주 목요일이면, 인근의 밀포드로 나들이를 가서
도서관과 영화관에 들린 후, 쇼핑 등을 하는데,
어느 날, 기차역에 서있다
석탄가루가 눈에 들어가는 바람에
인근 마을, 철리에 살고 있는 중년의 의사,
알렉 하비(Dr. Alec Harvey)
(Trevor Howard. 1913-1988 영국)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 목요일에 카도마 식당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합석을 하면서, 이들의 운명적인
‘목요일의 만남‘은 시작이 된다.
오후에 영화를 같이 보고, 식물원 공원에서 보트도
타면서 점점 정이 들어가는 두 사람.
결국 4주 후에는 알렉이 사랑을 고백하며 키스를 하게 된다.
“이러면 안 돼! 이성을 찾아야지! ”라고
속으로 외치는 로라는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게 되면서
더욱 죄책감을 느끼게 되지만, 그러나 온갖 상상을
다 해가면서 또 다시 다음 목요일을 기다리게 된다.
다음 목요일, 오후 12시30분.
병원 앞에서 알렉을 기다리던 로라는
결국 그날 오후 5시40분에 집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가
도로 내려, 시내에 있는 알렉의 친구네 아파트로 달려간다.
그러나 둘만의 시간도 잠깐,
친구인 스티븐이 갑자기 귀가를 하면서 도망을 치듯
역으로 뛰어 간 로라는 밤10시경에 다시 만난 알렉으로부터
2주 후에 형님이 계시는 요하네스버그로 자신이 떠나는 게
서로에게 좋겠다는 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또다시 다음 목요일.
오후 내내 함께 한 마지막 만남의 이별의 순간은 드디어
다가오는데, 밀포드 환승역에서 우연히 만난 로라의 친구
달리의 수다는 알렉에게 작별의 인사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만든다.
오후 5시40분발 캐치워드 행 기차 속.
눈을 감은 로라는 독백을 한다.
“이래선 안 돼..............
이 비극 속에 빠져 있어선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자신을 추슬러야 해.
그 어떤 것도 영원한 것은 없어, 행복도, 절망도,
인생도 그렇게 오래 지속되진 않아.
오늘 일은 신경 쓰지 않을 때가 올 거야.
편하게 미소 지으며, ‘정말 어리석었어...’라고
말 할 때가, 아니, 그런 때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 모든 순간을 기억하고 싶어.
언제까지나, 내가 죽는 그날까지.....“
극작가, 노엘 카워드(Sir. Noel Coward. 1899-1973. 영국) 경이
1935년에 초연을 한 30분짜리 단막 극,
‘조용한 삶(Still Life)’이 이 영화의 원작인데,
감독인 데이비드 린(David Lean. 1908-1991. 영국)도
직접 참여한 시나리오 작업에는 로라의 집이나 알렉의 친구네
아파트, 밀포드 환승역, 그리고 공원 등이 영화에 맞게끔
배경장소로 추가가 되었다.
배우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은 후(1918년),
작가로, 또는 영화음악가로, 그리고 제작자로도 활동을 하던
노엘 카워드는 1942년에 자신이 각본을 쓰고 출연까지 했던
‘토린 호의 운명(우리가 봉사하는 것/In Which We Serve)’
이라는 작품에 편집기사 출신의 데이비드 린을 공동 연출자로
참여시키면서 린에게 감독 데뷔를 시켜준 장본인이기도 한데,
이 ‘밀회’의 제작자로서 1944년부터의 초기 기획단계서부터
영화음악까지 모든 분야에 관여를 한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20세기 중반에 영국 영화의 위상을 높인 최고의 공로자로
아직까지도 인정을 받고 있다.
[맨 위의 사진같이, 영화의 오프닝 타이틀도 그렇게
쓰였지만, 이는 마치 ‘데이비드 셀즈닉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처럼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노엘 카워드의 밀회’ 라고 표현을 한다.]
유성영화 시대가 갓 열린 1930년대 초반서부터,
많은 클래식 음악이 영화음악으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1932년의 ‘그랜드 호텔(Grand Hotel)’에서는
요한 스트라우스(Johann Strauss)의
‘아름답고 푸른 다뉴브(An Der Schonen, Blauen Donau)’를
비롯하여 10여 곡 정도의 많은 곡들이 호텔 로비의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으로 설정이 되면서 끊임없이 등장을 하였다.
또 슈베르트의 일생을 다룬
‘미완성 교향곡(Leise Flehn Meine Lieber. 1933)‘같이
작곡가나 연주자의 전기 영화들에서는 자연스럽게 그들이
만든 음악을 접할 수가 있었는데, 그런데 이 영화는
경우가 좀 다르다.
대사만 나오기가 뭣해서 배경 음악정도로만 클래식 음악을
활용하던 과거와는 달리, 기획 단계 에서부터 이미
어느 특정 곡(전곡)을 염두에 두고 제작을 하였던 이 작품은
영화 음악의 역사에 있어서도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오늘 날에도 손꼽히고 있는 것이다.
이는 1960년대에 미국의 인디펜던트 영화에서부터
그 유행이 급격히 시작이 된 ‘외부 음악 도입 방식
(주로 팝송 삽입곡들/Non Original Music)’과
어떤 면에서 일맥상통 하긴 하지만
그러나 제작 예산이 부족해서 그랬던 건 아니었고,
다만 제작자인 노엘 카워드 자신이 개인적으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
(Sergei Rachmaninoff. 1873-1943. 러시아)를
너무나도 좋아하였을 뿐이라고 하는데,
결국 노엘 카워드의 이런 발상은 훗날
스탠리 큐브릭(Stanley Cubric)같은 이들에게 큰 영향을 주어서,
‘에디의 애련(Eddy Duchin Story. 1956)‘,
‘이수(굿바이 어게인. Aimez - Vous Brahms. 1961)‘,
‘엘비라 마디건(Elvira Madigan. 1967)',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2001: Space Oddesey. 1968)’같이
다양한 클래식 음악이 활용된 작품들 탄생에 큰 일조를 하게 되었다.
1917년 공산 혁명이후,
소련(USSR)에서 가장 위대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로 손꼽히던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Rachmaninoff. 1943년에 미국시민권 획득)가
1900년 가을에서부터 1901년 봄 사이에 작곡을 하였고,
1901년 10월에 자신이 직접 초연을 하였다는 그의
'피아노 협주곡 2번, C 마이너, Op. 18
(Piano Concerto No.2 In C Minor. Op. 18)'은
이 작품에서 너무나도 훌륭하게 영화 음악의 역할을 대신하였다.
주인공, 로라의 집 거실의 라디오를 통해서 들려오던 이곡은
그 유명한 오프닝 크레디츠 장면은 말 할 것도 없고,
열 번 정도 등장을 하는 로라의 모든 독백의 배경 음악으로
나오면서 분위기를 슬프고 심각하게 만들어 주었는데,
알렉과의 이별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특히 더 인상적으로 들려온다.
이미 ‘그랜드 호텔(Grand Hotel. 1932)’에서도
잠깐 들을 수가 있었던 이 피아노 협주곡은 이후
'라프소디(Rhapsody. 1954)' 나
‘7년만의 외출(The Seven Year Itch. 1955)‘,
그리고 ’스파이더 맨 3(Spider Man 3. 2007)'등에서도
삽입곡으로 꾸준히 활용이 되었다.
피아니스트, 아일린 조이스(Eileen Joyce)와 뮐 매티슨(Muir Mathieson)이
지휘하는 내셔날 심포니 오케스트라(The National Symphony Orchestra)가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OST)녹음을 위하여 특별 연주를 하였다.
미국 클리블랜드 출신으로서, 래스베리스(The Raspberries)라는
락 밴드에서 활약을 하던 싱어 송 라이터,
에릭 칼멘(Eric Howard Carmen. 1949)이
1975년에 발표한 7분13초의 긴 발라드 곡,
‘올 바이 마이셀프(All By Myself)'는
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제 2악장(아다지오)에서
그 주제(Theme)를 차용해서 만들어 큰 히트를 하면서,
이 협주곡은 20세기 신세대들에게도 다시 한 번 더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 ‘올 바이 마이셀프’ 역시
‘투 다이 포(To Die For. 1995)‘나
‘다운 투 어스(Down To Earth. 2001)’같은
영화들에 삽입곡으로 사용이 되었었다.
그리고 이곡은 이후 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가 1976년에,
셀린 디온(Celine Dion)이 1996년에 각각 카버 버전을 발표하면서
더욱 더 유명해진다.
누구에게나 인생의 은인은 있게 마련이지만,
고마운 선배, 노엘 카워드 덕분에 이 출세작 한 편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기 시작한
데이비드 린(Sir. David Lean. 1908-1991. 영국) 경은
1946년에 미국에서 개봉이 된 이 작품으로 감독으로서
처음 미국 아카데미상의 후보가 되었고, 또 1946년부터
시작이 된 제1회 깐느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대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후,
‘콰이 강의 다리(The Bridge On The River Kwai. 1957)’
‘아라비아의 로렌스(Lawrence Of Arabia. 1962)’,
‘닥터 지바고(Doctor Zhivago. 1965)’
같은 대작들의 연속적인 성공으로 마치 대작 전문 감독 같은
이미지를 심어주었지만,
‘라이언의 딸(Ryan‘s Daughter. 1970)’로 인한
좌절은 그에게 14년간의 공백을 가져다주었고,
1991년에 타계하기 전에 마지막 작품으로
’인도로 가는 길(A Passage To India. 1984)’을 남겼다.
한편, 이 데이비드 린과 같은 시기에 비슷한 경우로
노엘 카워드에게 픽업이 되었던 여주인공,
실리아 존슨(Celia Johnson 1908-1982. 영국)은
영국 왕립 드라마학교를 졸업한 후, 연극계에서 주로 두각을
나타내었으나, 비비언 리(Vivien Leigh)와 함께 20세기 중반
영국이 가장 자랑을 하던 여배우가 되었다.
1974년에 소피아 로렌(Sophia Loren)과 리처드 버튼(Richard
Burton)이 주인공을 맡은 TV극으로 이 영화는 리메이크가
되었지만, 시대의 유행풍조가 달라서인지 큰 반향을 얻진 못하였었다.
“당신이 그동안 멀리 간 것만 같았는데, 다시 돌아와 고마워.”
거실 소파에서 정장 차림으로 크로스워드 퍼즐을 풀던 착한 남편,
후레드(위 사진)가 마지막 장면(위의 동영상)에서 하던 이 말은
과연 이상적인 부부관계란 어떤 것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간음을 하지 말라.“는 십계명을 뛰어 넘어
“그런 마음만 먹어도 이미 간음을 한 것이다.” 라는 청교도 정신에
투철하였던 당시의 많은 영국 사람들에게 그래서 이들의 관계가
육체적이지는 않았다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결혼은 미친 짓 이다(2002)’라는
극단적인 제목의 영화까지 나오는 오늘 날 21세기
현재의 남녀 관계와 비교를 하면 너무나도 시시할 수밖에 없고,
또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과연 ‘외도(An Affair)‘ 나 ‘불륜(Unfaithfulness)’ 이라고
할 수가 있을까 하는 정도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 작품은
오랜 세월이 흐르고 또 세기가 바뀐 아직까지도
인류 영화의 역사에 가장 인상적인 멜로드라마의
고전으로 손꼽히고 있고,
또 가슴 아픈 영화의 대명사로 여전히 불리기도 한다.
* 관련 동영상모음:
Jay. 241번째 영화리뷰. Mar. 2009.
'영화음악이야기들-1940년대와 이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악당 같은 남자들! / Gli Uomini, Che Mascalzoni ! 리뷰 + 동영상 모음 (1) | 2012.04.03 |
---|---|
우리 생애 최고의 해/ The Best Years of Our Lives 리뷰 + 동영상 모음 (0) | 2012.03.23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Gone With The Wind 뒷이야기들 + 동영상 모음 (0) | 2012.01.20 |
모던 타임즈 / Modern Times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0) | 2012.01.04 |
탑 햇 / Top Hat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0) | 2012.0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