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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이야기들-1960년대상

안개 낀 밤의 데이트/ Ta Kokkina Fanar(p)ia(The Red Lanterns) 리뷰+동영상

by 음악평론가김제건 2011. 12. 17.
안개 낀 밤의 데이트/ Ta Kokkina Fanar(p)ia(The Red Lanterns) 리뷰 + 동영상
1963년 / 감독: Vasilis Georgiadis/주연: Jenny Kalezi + Giorqos Foundas
음악: Stavros Xarhakos/132분, 흑백



작곡가가 어느 특정 영화만을 위하여 만든
메인 테마(Main Theme)와 오리지널 스코어(OS)를
우리들은 보통 ‘영화 음악’이라고 말 합니다.
그러나 감독이나 뮤직 수퍼바이저 등이 기존에 이미
발표가 되었던 음악을 영화에 차용을 해서 쓰는 경우,
이를 주로 삽입곡이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차용이 되어 쓰여 진 ‘일반 음악‘의 경우에
’영화 음악‘이 아니라고 부정 할 수는 없겠지만,
그러나 이런 경우, ‘주(主-Main) 제(題-Theme) 곡‘
이라고 소개를 해서는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안개 낀 밤의 데이트 의 주제곡‘이라고 알려졌던
‘라 플라야(La Playa)‘라는 아주 유명한 음악도
결코 이 영화의 주제곡은 분명히 아니었건만
이상하게도 우리들에겐 그렇게 알려져 왔습니다.
그런데 변명은 아니지만, 그도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이 영화, ‘안개 낀 밤의 데이트’는
우리나라에선 개봉조차 되지 않았었다고 하니,
음악 방송을 하던 사람(필자 포함)들도 영화는 보지
못한 채 그저 시각장애인이 코끼리를 만지는 식으로
대충 말을 해왔던 것이죠....
근거는 단 하나. 일본에서 만들어졌던 라이센스 음반의
타이틀만 보고 주제곡인줄 알고 그냥 의심 없이
멘트를 했던 겁니다.
그러면 ‘안개 낀 밤의 데이트의 주제곡‘이 아닌 건 확실한
이 음악을 ‘삽입곡‘이라고는 말 할 수가 있을까요?
그 답도 참으로 애매모호 합니다.
영화를 만든 감독이나 영화음악 작곡가가 선곡을 하여
영화에 차용이나 삽입을 한 적이 없으니,
삽입곡이라고도 결코 말할 수가 없겠죠?
그런데 일본에서 개봉이 된 이 영화에서는 분명히
‘라 플라야(La Playa)‘라는 연주곡이 흘러나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일본 개봉 제목인 ‘밤안개의 밀회(夜霧のしのび逢い)‘를
우리나라의 누군가가 ‘안개 낀 밤의 데이트’라고
아주 그럴듯하게 의역을 한 이 그리스 영화의
원제목은 ‘Ta Kokkina Fanar(p)ia’이며,
영어 제목은 홍등가를 의미하는 ‘The Red Lanterns‘ 인데,
1963년에 흑백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터키에서 태어나 이웃나라로 건너온 후,
1950년대 중반서부터 아테네를 중심으로 영화를 만들어온
바실리스 게오르(조르)지아디스
(Vasilis Georgiadis. 1921-2000. 터키)
감독의
10번째 작품이라고 합니다.
메인 테마(Main Theme)를 포함한 오리지널 스코어(OS)는
스타브로스 라르호코스(Larhokos)나
또는 자르차코스(Xarchakos)로도 알려진
스타브로스 자르하코스(Stavros Xarhakos. 1939. 아테네)
작곡을 했다고 합니다.
자! 그럼 우선 이 영화의 (진짜) 주제곡인
메인 테마(Main Theme)곡이 과연 어떤 곡인지
먼저 확인을 해 볼까요?
‘희랍인 조르바(Zorba The Greek-Alexis Zorbas. 1964)’
통해서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그리스의 민속 악기,
부주키(Bouzouki)가 피아노의 선율과 참으로 잘 조화를
이루는 자르하코스의 작품입니다.







다시 ‘라 플라야(La Playa)‘라는 곡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문제의 이 곡은 유럽의 벨기에를 중심으로 활동을 하던
로스 마야스(Los Mayas)(일본 자료:ロス・マヤス)라는
밴드가 1964년에 처음 발표를 한 곡이라고 합니다.
작곡은 초창기 멤버였던
조 반 웨터(베터/Jo Van Wetter)가 했다고 하는데,
중요한 건, 이 ‘Ta Kokkina Fanar(p)ia’라는 영화가 1963년에
만들어진 이후에 이 곡이 그 이듬해에 나왔다는 사실이죠.
이 곡은 나중에
클로드 를루슈(Claude Lelouch. 1937. 빠리)감독의 명작,
‘남 과 여(Un Homme Et Une Femme. 1966)‘에도 출연을 한
싱어 송 라이터, 삐에르 바루(Pierre Barouh. 1934 프랑스)
프랑스어 작사를 하고,
‘태양은 가득히(Plein Soleil. 1960)‘에서의
여주인공이었던 마리 라폴레(Marie Laforêt)
‘라 플라즈(La Plage / Après Toi, Qui Sait )’라는
제목으로 불러, 1965년도에 유럽에서 큰 히트를 합니다.
그리고, 누가 먼저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같은 해인 1965년에 이곡은 프랑스 출신의 젊은 기타리스트,
끌로드 치아리(Claude Ciari. 1944. 프랑스)의 연주로도
히트를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시작을 합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이 당시에도 일본의 음반시장은
아시아 최고(최대)의 시장으로서,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이전에 이미 라이센스 음반을 정식으로 발매하고 있었죠.
그런데 이즈음에 끌로드 치아리의 연주를 포함한
라이센스 음반을 제작 발매하려던 일본인 관계자들이
참으로 기발한 마케팅 전략을 동원하게 됩니다.
바로 이 ‘라 플라야(La Playa)‘라는 기타 연주곡을
‘밤안개의 밀회(夜霧のしのび逢い)‘라는 제목으로
일본 개봉준비를 하던 이 영화,
‘Ta Kokkina Fanar(p)ia‘(The Red Lanterns)에
“추가 삽입곡“으로 더빙하여 사용키로 합의한 겁니다.
그래서 오리지널 버전에는 없던
‘라 플라야(La Playa)‘
일본 상영용 영화에는 버젓이 흘러나오게 되었고,
또 결과는 기대 이상의 대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그리고 이 일로 해서
약관 21세의 끌로드 치아리(아래 당시의 사진)는
졸지에 바다 건너 먼 일본에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되고, 또 그 인기 덕분에 나중에는
일본인 부인까지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파우스토 파페티 (Fausto Papeti. 이태리)가
색소폰으로도 연주를 한바 있는
‘Just That Same Old Line’이란 삽입곡
(노래: Nico Fidenco)이 주제곡으로 잘못 알려졌었던
‘가방을 든 여인(La Ragazza Con La Valigia. 1961)‘과도
이는 분명히 다른 경우가 되겠지만,
곧이어 “밤안개의 밀회(夜霧のしのび逢い)중에서“라고
발매가 되었던 일본의 라이센스 음반을 구해 방송을 하던
우리나라의 방송인들이 그래서 무심코
‘안개 낀 밤의 데이트의 주제곡‘으로 소개를 하게 된 겁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이 ‘라 플라야(La Playa)‘
끌로드 치아리의 인기는 한동안 대단했었죠.
어쨌든, 1963년도의 영화에 1964년에 작곡이 되어
발표된 곡을 1965년도에 제3국에서 추가사용을 하면서
유명해졌으니 과연 이 곡은 영화음악일까요?
아닐까요?
좀 우습긴 하지만, 영화, ‘안개 낀 밤의 데이트’의
“추가삽입곡“이라고 말한다면 무난할까요?



멜리나 메르쿠리(Melina Mercouri)와
줄스 대씬(Jules Dassin) 부부가 만든
‘일요일은 참으세요(Never On Sunday. 1960)‘에도
등장을 하지만
그리스 아테네의 피레우스(Pireus-피레아스)항구의
빈민가에 위치한 ‘홍등(The Red Lanterns)가‘
이 영화의 주 무대인데,
도시 현대화 계획과 매춘 금지법에 의해 곧 철거될
위기에 놓여 지면서, 이곳에서 밥벌이를 하는
다섯 명의 여인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알레코스 갈라노스(Alekos Galanos)
쓴 원작과 각본의 줄거리입니다.
루마니아에서 이민을 온 에리나(Elena),
나이 많은 선장을 사랑하는 안나(Anna),
못된 기둥서방에 시달리는 마리나(Marina),
십대를 사랑하는 매리(Mary-마리아),
또 이들 중에 가장 어린 미르시니(Myrsini),
이렇게 나이 차이가 많은 다섯 명의 여인들이
주인공들로서 등장을 하는데,
안나 역을 맡은 미스 그리스 출신의
알렉산드라 라디코우(Alexandra Ladikou)(아래 사진)도
그렇지만, 이 안나가 사랑하는 니콜라스(Nikolas)선장역의
마노스 카트라키스(Manos Katrakis. 1908-1984)같은
배우들은 당시에 그리스에서 국민배우 같은
존재들이었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이 이 ‘라 플라야‘
추가삽입곡으로 더빙을 한 장면은
니콜라스(Nikolas)선장이 선물로 준 십자가 목걸이를
안나가 슬픈 표정으로 만지작거리면서,
행여 그의 배가 도착을 한 것이 아닌가하여 부둣가의
이곳저곳을 서성이는 장면(영화시작 약 43분경)입니다.
안개가 낀 무드가 있는 밤에 주인공들이 데이트를 하는
장면에서 나올 것만 같았던 그동안의 상상을 깨는
장면이기도 합니다만,
어쨌든 부둣가 갈매기 소리와 안나의 구둣발소리 그리고
중간에 기중기 소리와 뱃고동 소리까지도 들려오지요.
그런데 시퀀스에서 맞추려고 그랬겠지만,
원곡보다 약 1분 이상 짧게 편집을 하여 더빙을 하였기에
음악이 종반부에 이상하게 끝납니다.
그리고 또 다시 말하지만,
그리스 개봉용 오리지널에는 물론 이곡이 절대로 나오지 않죠.
또 소위 일본 판 오리지널이라는 로스 마야스(Los Mayas)의
버전은 현재 듣기가 그리 쉽지 않은데,
대신 다른 버전들을 그럼 여기서 잠시 감상해볼까요?







필자가 2005년에 쓴 바 있는,
‘가방을 든 여인(La Ragazza Con La Valigia. 1961)‘
리뷰를 읽고 나서, 새로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많은 분들께서 격려도 해주셨지만,
소위, “안개 낀 밤의 데이트의 주제곡“이란 아주 오래 된
오해에 관해서도 뒤늦게나마 이렇게 사실을 정리할 수가
있어서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이 질문을 해주셔서 조사를 상당히 오랫동안 하였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이 ‘Ta Kokkina Fanar(p)ia’의 일본 개봉용 제목인,
‘밤안개의 밀회(夜霧のしのび逢い)‘보다는
우리나라 사람이 지은 ‘안개 낀 밤의 데이트’
훨씬 더 멋이 있고 세련된 것 같지 않습니까?



* OST 앨범 수록곡 리스트:



1. KOKKINA FANARIA: TITLOI [STON PEIRAIA]
2. STO LOUNA PARK
3. FTOHOLOGIA [STA HERIA SOU MEGALOSAN]
4. TAXIMI
5. OMORFI POU 'NAI I ZOI
6. APOHORISMOS STO LIMANI
7. TO PARAPONO [OUTE ENA EYHARISTO]
8. APONI ZOI [GR. BITHIKOTSIS]
9. T' ORGANAKI TIS ODOU FRYNIS
10. ORGI
11. TO TRAGOUDI TIS PERASMENIS MERAS
12. XESPITOMA
13. SEVNTAS
14. KOKKINA FANARIA [K. HELMI]




*관련 동영상 모음:











Jay. 253번째 영화리뷰. Oct.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