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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이야기들-1960년대상

비브르 사 비 / Vivre Sa Vie (My Life to Live) 리뷰 + 동영상 모음

by 음악평론가김제건 2012. 3. 27.
비브르 사 비 / Vivre Sa Vie (My Life to Live) 리뷰 + 동영상 모음
1962년/ 각본 +감독; Jean Luc Godard / 주연; Anna Karina + Sady Rebbot
음악; Michel Legrand / 85분



인류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은 무엇인가?
정답은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역시 "매춘(賣春. Prostitution)"이다.
왜 매춘을 하냐고 묻는다면 아마 당사자들의
대부분은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대답을 할 것 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라고
말하는 대부분의 일반 사람들과 이 용감한
매춘 당사자들의 가치관이 그러면 현대에는
얼마나 다를까?
그 답을 원한다면 좀 답답하더라도
이 영화를 끝까지 (특히 제12장중에 제11장을)
꼼꼼히 볼 수밖에는 없겠다.



시집 장가가기 전까지는 거의 다 부모와 함께
같이 사는 보수적인 우리나라의 가족제도와는 달리
서구의 젊은이들은 18세만 되면 여러 가지 이유로
독립을 하려고 애쓴다.
부모들도 또한 이를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심지어는 바로 옆집으로 이사를 가서 혼자 사는
경우도 있다.
어쨌든 독립이랍시고, 어린나이에 혼자 벌어
살려니 고생이야 오죽하겠느냐만,
그러나 그것이 책임 있는 인간의 어쩌면 당연한
삶이라고 많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고,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자립의 그런 과정을 거쳐야
우리들이 원하는 성공도 하는 게 아니겠는가?
따라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도 이런 독립심은
배울만하겠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보통의 경우가 아니고
이 영화의 주인공 나나처럼 독립한 이후 모든 게
잘 안 풀릴 경우에는, 어쩌다 매춘의 길로 나서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게 또 이 시대의 현실 인 듯하다.
영화배우가 꿈인
나나 (Nana-Anna Karina, 1940, 덴마크).
빠리로 상경(?)을 한 후 어느 남자와 동거도 해보았지만
곧 헤어지게 되고,
레코드 가게에서 일을 하지만 항상 돈에 쪼들린다(제2장).
그래서 셋집 주인에게는 방 열쇠를 빼앗기고(제3장),
또 같이 동거를 하던 폴에게서도 돈을 빌리기가
쉽지 않은 상황 (제1장).
어쩌다가 아마추어 자격으로 한 두 번,
거리의 여성이 되어 본 후(제5장),
그녀는 자진해서 포주인 라울에게 편지를 쓰고
매춘의 직업을 자원한다(제7장).
이래서 영화배우의 꿈은 잠시 접어둔 채,
본격적인 매춘의 생활은 시작되는데,
많은 엑스트라들이 남성고객들로 등장하면서
세월은 하루하루 흘러만 간다. (제8-10장)
그러나, 그런 어느 날, 매춘조직인 갱들끼리 그녀를
트레이드(?) 하는 과정에서 그만 그들의 총을 맞고
나나는 거리에 쓰러지고 만다(제12장). (아래 사진)
그리고 1초 후, 영화는 조금도 여유를 주지 않고
매정하게 마지막 장면으로 그냥
-끝- 이라고만 나온다.



이 영화는 어려운 편이다.
그리고 심각하다.
또한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영화는 감독이 만드는 예술”이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하였고 또 프랑스 영화의
누벨 바그(Nouvelle Vague) 시대를 연 장본인,
장 뤽 고다르(Jean Luc Godard, 1930-2022. 빠리)
감독은 단순히 운이 없는 한 여인,
‘잔 다르크의 수난’이라는 고전영화를 보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제3장) 이 나나의
불쌍한 인생을 단지 초상화 그리듯
겉모습만 보여 주려한 건 분명 아닌 듯 하다.
영화 감독이 되기 이전(1955년 이전),
평론가 시절부터 고다르가 집착해 오던
‘실존주의적인 철학(Philosophically Existentialism)‘
스크린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듯,
총 12장의 소제목으로 나눈 이 영화의 제 11장에서
다음과 같은 철학적 사상의 대화도 이 영화의 각본에
(직접) 넣었다.



-제 11장, 자막-
샤틀레 광장,
나나는 모르는 어느 남자와 철학 이야기를 나눈다.

샤틀레 광장의 어느 카페에서 헌팅(?) 작업 중인 나나.
그녀는 우연히 어느 노인네와 대화를 나누게 된다.
“사람들은 왜 말을 할까?”.
“사람들은 왜 생각을 해야 할까?”
“그리고 생각과 말 하는 것의 차이는?”
등등,
매춘부, 나나의 일상생활과는 매우 거리가 있는 듯 한
대화가 아닌가?
그렇지만 바로 이런 의도적이고 고의적인 각본과 연출은
비록 매춘부라 할지라도 일반 사람들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삶의 가치관을 은근히 관객들에게 고다르는
간접 전달하고 있는 것 이다.
그리고 이런 스타일의 연출이야말로
영화를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찬사를 받아 왔던
그 당시 프랑스 영화계의 혜성과도 같았던
고다르의 독특한 영화 제작방식 인듯하다.





1959년에 프랑스에서 대단한 인기를 얻었던 한 비누광고
CF에서 욕조에 있는 모델이 바로 이 영화에서
오드리 헵번스타일의 짧은 단발머리로 멋을 부린 매력적인
안나 카리나(Anna Karina. 1940. 덴마크)였다.
1940년,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출생한 그녀는
부모의 이혼의 여파로 무작정 (당시의 미성년인) 18세의
나이에 이 영화 속의 나나 같이 빠리로 오게 되고,
성당에 머무르면서 일이 잘 풀려, 샤넬과 삐에르 가르뎅의
전속 모델로 활약을 하고, 또 이렇게 광고에도 출연을
하게 되는데 바로 이 비누광고를 본 장 뤽 고다르가
첫 눈에 (미성년인) 그녀에게 홀딱 반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에게는 출세작이 되었던
‘네 멋대로 해라(A Bout De Souffle.1960)’
때부터 그녀에게 출연제의를 하게 되는데,
이후, 검열문제로 개봉은 1963년에 하였지만 1960년부터
작업을 시작한 '작은 병정(Le Petit Soldat. 1963)'으로
영화계에 데뷔를 한 카리나는 연 이어
‘여자는 여자이다(Une Femme Est Une Femme.1961)’
에도 출연을 하면서, 그 와중에 끊임없이 구애를 하는
고다르의 부인(1961년-1968년)이 된다.
‘누벨바그의 여신(The Muse of the French New Wave) ‘
이라는 별칭으로 한때는 할리우드에서도 잠시 활약을
하였었고, 21세기에도 작가와 감독의 역할까지 하면서
왕성한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카리나에게 이 작품은
지금까지 출연을 한 약 70편 이상의 많은 영화중에서
단연 운명적인 출세작이라고 할 수가 있다.







오리지널 스코어(OS)는 이 시기서부터 유명해지면서,
쉘부르 의 우산(Les Parapluies De Chelbourg, 1964) 으로
전 세계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오스카 수상자,
미셸 르그랑(Michel Legrand. 1932-2019. 빠리)
작곡을 하였는데,
마치 음악이 갑자기 끝나는 것 같이 잠깐 끊어졌다가,
다시 계속 반복이 되면서 이어지는 그 편곡이 마치
기구한 운명의 나나의 삶을 간접 표현 하는 듯 특이하다.
하지만 그 시절의 유행 패턴으로서 대부분의 당시의 영화들이
그러했듯이, 이 단 한곡의 테마(Theme)만을 여러 스타일로
변주하면서 열 번 이상 반복해서 들려주는 것이 아쉽다.
한편, 미셸 르그랑의 또 다른 작품인
‘D Claration D' Amour’ 이라는 곡도
이 나나에게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당구장의 쥭 박스(Jukebox)에서 흘러나오는
빠른 템포의 연주곡 (예고편에도 등장을 함)에 맞춰
아무런 생각이 없는 듯, 무작정 몸을 흔드는 나나의
요염한 자태도 그 음악과 함께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 관련 동영상 모음:










revised. May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