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셋 / Before Sunset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2004년/감독: Richard Linklater / 주연:Julie Delpy + Ethan Hawke
음악: Julie Delpy 외/ 77분
세상을 살면서 재회(再會) 만큼이나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일이 과연 얼마나 또 있을까?
더군다나 그것이 사랑하는 또는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 재회의 순간만큼이나 기쁜 일은 이 세상에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만나면 헤어질 수밖에 없는 우리들 인간 세상.
우린 (모두 다) 언젠가는 다 헤어지게 되어 있지만, 그러기에 만남이
더욱 더 소중 할 수 밖 에 없겠고, 또 이 삭막한 인간세상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일중의 하나인 그 재회가 주는 즐거움은 그래서 정말
언제나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누구를 가장 다시 만나고 싶어 할까?
과연 누구와의 재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 일까?
(‘TV는 사랑을 싣고’ 와 ‘해피 투게더’ 라는 프로그램들도 그래서
절대로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어린 배낭여행객들로서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 해가 뜰 때까지의
제한된 시간 속에서 밤을 꼬박 새워 사랑을 나누었던 낯선 도시
비엔나(Vienna)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채(위의 포스터),
9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셀린느 (Celine/Julie Delpy, 1969, 프랑스 빠리) 와
제시 (Jesse/Ethan Hawke, 1970, 미국 오스틴).
그 사이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프랑스의 여러 도시에서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갖고 있던 제시를 빠리에 살고 있는 셀린느가
서점으로 찾아온다.
먼발치에 서있는 셀린느를 본 순간, 심장이 멈출 뻔 했다는 제시.
그러나 그날 밤 10시30분발 뉴욕행 비행기에 올라야하는 제시에게
셀린느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시간 반 정도이다.
그래서 시간이 아까운 이들은 커피를 한잔하기 위해 인근 카페로
가는 길에서부터 아껴두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터트리듯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먼저 등장하는 화제는 9년 전에 약속하였던 ‘6개월 후의 재회’이다.
과연 비엔나로 다시 약속하였던 그 시간에 갔었느냐는 셀린느의 질문은
이어서 자긴 할머니의 장례식 때문에 부득이 갈수가 없었다는 변명으로
연결이 된다.
그러나 비엔나를 다시 찾은 후, 재회대신 아쉬움만 가득안고 미국으로
되돌아갔던 제시는 너무나도 소중하였던 그때의 만남을 토대로 소설을
썼으며 그 이유도 모두 셀린느를 다시 보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다고
고백을 한다.
그리고 캠퍼스 커플로서 속도위반 때문에 아들을 낳고서 할 수 없이
같이 살 수밖에 없었던 현재의 결혼생활이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한편 아직도 독신으로 환경단체에서 일하면서 빠리에서 살고 있는
셀린느로서도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지금의) 삶이 제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잠시 (차에서) 화를 내기도 하지만,
결국 둘이는 쎄느 강을 걸쳐 셀린느의 집에 까지 함께 들어가게 된다.
과연 이들은 또다시 지난번 비엔나 에서와 같이 헤어질 것 인가?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같이 이 후속 작도 역시 미완의 결말을
보여준다.
결국 관객들에게 제시가 비행기를 타고 안타고의 결론을 알아서들 해석
하게끔 하는 여운을 다시 남기는데, 그래서 ‘내가 만일 주인공이라면?’
하는 참을 수 없는 가정을 누구나 한번쯤은 다 하게 되는 것이다.
글쎄..... 두 가지의 결론이 다 일리는 있겠지만,
어떻게 하면 헤어지지 않으려고 끝내 노래를 듣겠다는 핑계로 셀린느의
집에까지 들어간 제시의 속내같이 그 비행기를 ‘안 탄다.’가 아무래도
우세한 여론인 듯하다.
물론 정해진 시간의 비행기탑승도 일종의 (미국의 가족과) 약속이긴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의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다시는 올수 없을지도
모르는 이 재회의 금쪽같은 시간이라는 것이고, 더군다나 둘은 아직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하였으니 결론은 뻔하다는 것인데......
그러나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논쟁의 여지는 다소 있는 셈이다.
영화의 전체 상영시간(Running Time)과 같이 실시간(Real Time)으로
진행이 되는 줄거리 전개는 마치 관객들도 그 자리 옆에 합석을 해서
있는 것 같은 실감을 주는데, 역시 9년만의 반가운 재회이니만큼
(그 엄청난 양의) 대화가 관점이 될 수밖에 없다.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9년 전보다는 꽤 변한 이들의 외모만큼이나
대화 내용도 훨씬 어른스러워 졌는데, 물론 그간에 있었던 일들과
직장 같은 안부사항이야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지난번보다는 훨씬 더
늘어난 농담(유머)들이 새롭고, 또 그 속에서도 ‘Sucking Cock’ 이나
‘Pussy’같은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구사할 정도로 (뻔뻔스럽게?)
성장한 이들의 대화내용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러나 한때 뉴욕이라는 큰 도시에서 3년간이나 함께 살면서도 만나지
못했던 아쉬움이 더욱 컸는지, 어려서 뭘 몰랐던(Young And Stupid)
비엔나에서의 지난 일들을 자꾸 이야기하게 된다.
(관계를 가졌음을 처음에는 부정하는 셀린느와 피임기구의 상표까지도
기억을 한다는 제시의 말과도 같이 섬세하고 세밀한 대화가 이 영화가
내세우는 큰 장점이다.)
대화에 중점을 맞춘 영화이고 또 관객들이 그 대화에만 몰입하도록,
그래서, 나머지 방해가 될 만한 요소들은 철저히 배제를 한 연출방식도
특별한데, 관광의 도시, 빠리에서 촬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배경으로 나오는 명소라고 해봤자 노틀담 과 쎄느강 정도이다.
이는 셀린느가 현재 살고 있는 생활 터전으로서의 빠리로 더 부각하려는
의도였다고 하는데 그래서 심지어 빠리 토박이, 셀린느는 유람선도
처음 타 본다고 하는 대사도 나온다.
그리고 이런 대화 최우선의 제작방침은 영화음악에도 그래도 적용이
되면서 이렇게 까지 음악에 인색한 사랑 영화도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No Music, Only Sound’ 가 특징인데,
심지어 그 흔한 배경음악조차도 전혀 들을 수가 없다.
(오로지 수다스러운 대화, 대화, 대화뿐이다.)
그래서 무슨 배짱으로 (11곡이나 수록이 된) OST 앨범을 출반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신경을 쓰고 들어보아도 귀에 들어오는 음악이라야
불과 3-4곡 정도인데, 그 가운데에서 주제곡 아닌 주제곡으로 부각이
된 줄리 델피의 노래는 아무래도 역시 언급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빠리 토박이로 태어나, 영화배우인 부모 (셀린느집 입구 뜰에서 음식을
준비하며 말을 걸던 사람들) 덕인지, 9살 때부터 아역배우로 활동을 한
줄리 델피 는 이 영화에서 참으로 다양한 재능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의 대사에도 나오는 것과 같이 실제로 NYU를 졸업하고,
1995년의 ‘Blah, Blah, Blah,’이후 현재까지 3편의 영화도 직접 감독을
한바있지만, 이 영화의 수다스럽기까지 한 대부분의 대사도 다 그녀가
만들었고, 거기다 음악까지 직접 작곡을 하고 불러주기까지 하였으니,
이 다재다능한 줄리 델피가 없었다면 제 아무리 여유만만하다고 소문난
리처드 링크레이터(Richard Linklater. 1960, 미국 텍사스/윗 사진 우측)
감독이라도 과연 이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특히 제시가 그 노래를 듣기 전에는 절대로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한
줄거리 전개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되는 줄리 델피의
‘그 날 밤을 위한 월츠(A Waltz For A Night)’는
이 영화 전체에서 백미중의 백미가 아닐 수 없다. (아래 동영상)
Let me sing you a waltz out of nowhere, out of my thoughts
Let me sing you a waltz about this one night stand
You were for me that night
Everything I always dreamt of in life But now you're gone
You are far gone All the way to your island of rain
It was for you just a one night thing. But you were much more to me
Just so you know About all the bad things you do
But when we were together alone
You didn't seem like a player at all
I don't care what they say I know what you meant for me that day
I just wanted another try I just wanted another night
Even if it doesn't seem quite right
You meant for me much more Than anyone I've met before
One single night with you little Jesse Is worth a thousand with anybody
I have no bitterness, my sweet I'll never forget this one night thing
Even tomorrow, in other arms My heart will stay yours until I die
Let me sing you a waltz Out of nowhere, out of my thoughts
Let me sing you a waltz About this one night stand
비록 잘못된 만남이었을지라도 Little Jesse는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었고,
당신과 보낸 그 하룻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는 한 두 소절의 가사만 들어봐도,
바로 그 비엔나에서의 추억을 노래했음을 쉽게 알 수 있는 이 음악 외에도,
줄리 델피가 또 만들고 불렀던 ‘An Ocean Apart’는 오프닝 타이틀 장면에,
그리고 ‘Je T'aime Tant’는 엔딩 크레디츠에 등장을 하면서 그녀의 음악적 재능도
마음껏 과시하였지만, (제시에게는 자기가 작곡한 세 곡 중에서 한 곡밖에 들려줄
수 없다고 말 하였지만 관객들에게는 결국 다 들려준 셈이다.)
그리고 셀린느의 집에서 제시가 틀던 CD에서 들리던 니나 시몬(Nina Simone)의
‘Just In Time’(영국의 Julie Styne 의 곡-공연실황)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상적인
삽입곡이다.
결국 이 뚱뚱한 니나 시몬이 공연할 때의 말투(너도 비행기를 놓칠지도 몰라....)와
(엉덩이를 흔들며 걷는) 몸짓으로 영화는 갑자기 끝이 나기 때문에 더욱 여운이
남는 음악이 되었다.
(바흐 음악도 더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지금까지 설명한 곡들이 이 영화음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악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은 영화이다.)
몇 억 달러씩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로 만든 영화들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주는 이 영화는 아닌 게 아니라 초 절약 제작비로
만들어진 작품이긴 하지만 (출연자수도 참으로 단출하다)
그러나 잔잔하게 인간적으로 전해 오는 작은 감동들은
그 어느 블록버스터에도 결코 뒤지지 않아 마치 초보 영화인들에게
앞으로 어떤 식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교훈을 주는 것도 같다.
[남자 주인공, 에단 호크(Ethan Hawke)의 공로도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지면관계로 그의 관한 이야기는 생략함.)
1986년에 프랑스의 끌로드 를루슈 감독이 그의 출세작이었던 ‘남 과 여’ 의
속편 격으로 ‘남과여, 20년 후(Un Homme Et Une Femme, 20 Ans Deja)’ 를
문자 그대로 20년 만에 만들었었는데, 왜 이 작품같이 좀 더 일찍
못 만들었는지 아쉬움을 주기도 하였지만, 역시 인간관계, 특히
남여의 사랑이야기는 너무 오랜 세월의 공백을 두면 안 될 것 같다.
글쎄? 길어야 이 영화같이 10년 안에 다시 이야기가 전개되어야만
하지 않을까?
그래서 또 다시 이 영화의 후속 작이 만일 나온다면 2010년 안에는
나왔으면 하는 바램도 있고 또 이번에는 해피엔딩으로 만들되,
줄리 델피가 감독을 맡아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주)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이 속편으로 2013년에 나왔는데,
감독은 여전히 이 작품과 같은 리처드 링크레이터(Richard Linklater).
(맨 아래 동영상 2개 참조.)
* 관련 동영상 모음:
*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revised. May 2013.
2004년/감독: Richard Linklater / 주연:Julie Delpy + Ethan Hawke
음악: Julie Delpy 외/ 77분
세상을 살면서 재회(再會) 만큼이나 우리들에게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일이 과연 얼마나 또 있을까?
더군다나 그것이 사랑하는 또는 사랑했던 사람이라면 아마도
그 재회의 순간만큼이나 기쁜 일은 이 세상에 더 이상 없을 것이다.
만나면 헤어질 수밖에 없는 우리들 인간 세상.
우린 (모두 다) 언젠가는 다 헤어지게 되어 있지만, 그러기에 만남이
더욱 더 소중 할 수 밖 에 없겠고, 또 이 삭막한 인간세상에서 가장
기다려지는 일중의 하나인 그 재회가 주는 즐거움은 그래서 정말
언제나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누구를 가장 다시 만나고 싶어 할까?
과연 누구와의 재회를 기다리고 있는 것 일까?
(‘TV는 사랑을 싣고’ 와 ‘해피 투게더’ 라는 프로그램들도 그래서
절대로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어린 배낭여행객들로서 기차 안에서 우연히 만나, 해가 뜰 때까지의
제한된 시간 속에서 밤을 꼬박 새워 사랑을 나누었던 낯선 도시
비엔나(Vienna)에서의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한 채(위의 포스터),
9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된,
셀린느 (Celine/Julie Delpy, 1969, 프랑스 빠리) 와
제시 (Jesse/Ethan Hawke, 1970, 미국 오스틴).
그 사이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어 프랑스의 여러 도시에서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갖고 있던 제시를 빠리에 살고 있는 셀린느가
서점으로 찾아온다.
먼발치에 서있는 셀린느를 본 순간, 심장이 멈출 뻔 했다는 제시.
그러나 그날 밤 10시30분발 뉴욕행 비행기에 올라야하는 제시에게
셀린느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시간 반 정도이다.
그래서 시간이 아까운 이들은 커피를 한잔하기 위해 인근 카페로
가는 길에서부터 아껴두었던 이야기보따리를 터트리듯 끊임없는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먼저 등장하는 화제는 9년 전에 약속하였던 ‘6개월 후의 재회’이다.
과연 비엔나로 다시 약속하였던 그 시간에 갔었느냐는 셀린느의 질문은
이어서 자긴 할머니의 장례식 때문에 부득이 갈수가 없었다는 변명으로
연결이 된다.
그러나 비엔나를 다시 찾은 후, 재회대신 아쉬움만 가득안고 미국으로
되돌아갔던 제시는 너무나도 소중하였던 그때의 만남을 토대로 소설을
썼으며 그 이유도 모두 셀린느를 다시 보고 싶은 열망 때문이었다고
고백을 한다.
그리고 캠퍼스 커플로서 속도위반 때문에 아들을 낳고서 할 수 없이
같이 살 수밖에 없었던 현재의 결혼생활이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한편 아직도 독신으로 환경단체에서 일하면서 빠리에서 살고 있는
셀린느로서도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지금의) 삶이 제시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잠시 (차에서) 화를 내기도 하지만,
결국 둘이는 쎄느 강을 걸쳐 셀린느의 집에 까지 함께 들어가게 된다.
과연 이들은 또다시 지난번 비엔나 에서와 같이 헤어질 것 인가?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같이 이 후속 작도 역시 미완의 결말을
보여준다.
결국 관객들에게 제시가 비행기를 타고 안타고의 결론을 알아서들 해석
하게끔 하는 여운을 다시 남기는데, 그래서 ‘내가 만일 주인공이라면?’
하는 참을 수 없는 가정을 누구나 한번쯤은 다 하게 되는 것이다.
글쎄..... 두 가지의 결론이 다 일리는 있겠지만,
어떻게 하면 헤어지지 않으려고 끝내 노래를 듣겠다는 핑계로 셀린느의
집에까지 들어간 제시의 속내같이 그 비행기를 ‘안 탄다.’가 아무래도
우세한 여론인 듯하다.
물론 정해진 시간의 비행기탑승도 일종의 (미국의 가족과) 약속이긴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의 더욱 중요한 것은 바로 다시는 올수 없을지도
모르는 이 재회의 금쪽같은 시간이라는 것이고, 더군다나 둘은 아직도
서로를 사랑하고 있음을 재차 확인하였으니 결론은 뻔하다는 것인데......
그러나 어떻게 결론이 나더라도 논쟁의 여지는 다소 있는 셈이다.
영화의 전체 상영시간(Running Time)과 같이 실시간(Real Time)으로
진행이 되는 줄거리 전개는 마치 관객들도 그 자리 옆에 합석을 해서
있는 것 같은 실감을 주는데, 역시 9년만의 반가운 재회이니만큼
(그 엄청난 양의) 대화가 관점이 될 수밖에 없다.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9년 전보다는 꽤 변한 이들의 외모만큼이나
대화 내용도 훨씬 어른스러워 졌는데, 물론 그간에 있었던 일들과
직장 같은 안부사항이야 당연한 수순이겠지만, 지난번보다는 훨씬 더
늘어난 농담(유머)들이 새롭고, 또 그 속에서도 ‘Sucking Cock’ 이나
‘Pussy’같은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구사할 정도로 (뻔뻔스럽게?)
성장한 이들의 대화내용도 눈여겨 볼만하다.
그러나 한때 뉴욕이라는 큰 도시에서 3년간이나 함께 살면서도 만나지
못했던 아쉬움이 더욱 컸는지, 어려서 뭘 몰랐던(Young And Stupid)
비엔나에서의 지난 일들을 자꾸 이야기하게 된다.
(관계를 가졌음을 처음에는 부정하는 셀린느와 피임기구의 상표까지도
기억을 한다는 제시의 말과도 같이 섬세하고 세밀한 대화가 이 영화가
내세우는 큰 장점이다.)
대화에 중점을 맞춘 영화이고 또 관객들이 그 대화에만 몰입하도록,
그래서, 나머지 방해가 될 만한 요소들은 철저히 배제를 한 연출방식도
특별한데, 관광의 도시, 빠리에서 촬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배경으로 나오는 명소라고 해봤자 노틀담 과 쎄느강 정도이다.
이는 셀린느가 현재 살고 있는 생활 터전으로서의 빠리로 더 부각하려는
의도였다고 하는데 그래서 심지어 빠리 토박이, 셀린느는 유람선도
처음 타 본다고 하는 대사도 나온다.
그리고 이런 대화 최우선의 제작방침은 영화음악에도 그래도 적용이
되면서 이렇게 까지 음악에 인색한 사랑 영화도 또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No Music, Only Sound’ 가 특징인데,
심지어 그 흔한 배경음악조차도 전혀 들을 수가 없다.
(오로지 수다스러운 대화, 대화, 대화뿐이다.)
그래서 무슨 배짱으로 (11곡이나 수록이 된) OST 앨범을 출반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신경을 쓰고 들어보아도 귀에 들어오는 음악이라야
불과 3-4곡 정도인데, 그 가운데에서 주제곡 아닌 주제곡으로 부각이
된 줄리 델피의 노래는 아무래도 역시 언급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빠리 토박이로 태어나, 영화배우인 부모 (셀린느집 입구 뜰에서 음식을
준비하며 말을 걸던 사람들) 덕인지, 9살 때부터 아역배우로 활동을 한
줄리 델피 는 이 영화에서 참으로 다양한 재능을 보여주었다.
이 영화의 대사에도 나오는 것과 같이 실제로 NYU를 졸업하고,
1995년의 ‘Blah, Blah, Blah,’이후 현재까지 3편의 영화도 직접 감독을
한바있지만, 이 영화의 수다스럽기까지 한 대부분의 대사도 다 그녀가
만들었고, 거기다 음악까지 직접 작곡을 하고 불러주기까지 하였으니,
이 다재다능한 줄리 델피가 없었다면 제 아무리 여유만만하다고 소문난
리처드 링크레이터(Richard Linklater. 1960, 미국 텍사스/윗 사진 우측)
감독이라도 과연 이 영화를 잘 만들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특히 제시가 그 노래를 듣기 전에는 절대로 비행기를 탈 수 없다고 한
줄거리 전개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되는 줄리 델피의
‘그 날 밤을 위한 월츠(A Waltz For A Night)’는
이 영화 전체에서 백미중의 백미가 아닐 수 없다. (아래 동영상)
Let me sing you a waltz out of nowhere, out of my thoughts
Let me sing you a waltz about this one night stand
You were for me that night
Everything I always dreamt of in life But now you're gone
You are far gone All the way to your island of rain
It was for you just a one night thing. But you were much more to me
Just so you know About all the bad things you do
But when we were together alone
You didn't seem like a player at all
I don't care what they say I know what you meant for me that day
I just wanted another try I just wanted another night
Even if it doesn't seem quite right
You meant for me much more Than anyone I've met before
One single night with you little Jesse Is worth a thousand with anybody
I have no bitterness, my sweet I'll never forget this one night thing
Even tomorrow, in other arms My heart will stay yours until I die
Let me sing you a waltz Out of nowhere, out of my thoughts
Let me sing you a waltz About this one night stand
비록 잘못된 만남이었을지라도 Little Jesse는 나에게 너무나 소중한 사람이었고,
당신과 보낸 그 하룻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는 한 두 소절의 가사만 들어봐도,
바로 그 비엔나에서의 추억을 노래했음을 쉽게 알 수 있는 이 음악 외에도,
줄리 델피가 또 만들고 불렀던 ‘An Ocean Apart’는 오프닝 타이틀 장면에,
그리고 ‘Je T'aime Tant’는 엔딩 크레디츠에 등장을 하면서 그녀의 음악적 재능도
마음껏 과시하였지만, (제시에게는 자기가 작곡한 세 곡 중에서 한 곡밖에 들려줄
수 없다고 말 하였지만 관객들에게는 결국 다 들려준 셈이다.)
그리고 셀린느의 집에서 제시가 틀던 CD에서 들리던 니나 시몬(Nina Simone)의
‘Just In Time’(영국의 Julie Styne 의 곡-공연실황)도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상적인
삽입곡이다.
결국 이 뚱뚱한 니나 시몬이 공연할 때의 말투(너도 비행기를 놓칠지도 몰라....)와
(엉덩이를 흔들며 걷는) 몸짓으로 영화는 갑자기 끝이 나기 때문에 더욱 여운이
남는 음악이 되었다.
(바흐 음악도 더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러나 지금까지 설명한 곡들이 이 영화음악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음악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이 많은 영화이다.)
몇 억 달러씩이나 되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로 만든 영화들과는
정반대의 이미지를 주는 이 영화는 아닌 게 아니라 초 절약 제작비로
만들어진 작품이긴 하지만 (출연자수도 참으로 단출하다)
그러나 잔잔하게 인간적으로 전해 오는 작은 감동들은
그 어느 블록버스터에도 결코 뒤지지 않아 마치 초보 영화인들에게
앞으로 어떤 식으로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교훈을 주는 것도 같다.
[남자 주인공, 에단 호크(Ethan Hawke)의 공로도 결코 무시할 수 없지만
지면관계로 그의 관한 이야기는 생략함.)
1986년에 프랑스의 끌로드 를루슈 감독이 그의 출세작이었던 ‘남 과 여’ 의
속편 격으로 ‘남과여, 20년 후(Un Homme Et Une Femme, 20 Ans Deja)’ 를
문자 그대로 20년 만에 만들었었는데, 왜 이 작품같이 좀 더 일찍
못 만들었는지 아쉬움을 주기도 하였지만, 역시 인간관계, 특히
남여의 사랑이야기는 너무 오랜 세월의 공백을 두면 안 될 것 같다.
글쎄? 길어야 이 영화같이 10년 안에 다시 이야기가 전개되어야만
하지 않을까?
그래서 또 다시 이 영화의 후속 작이 만일 나온다면 2010년 안에는
나왔으면 하는 바램도 있고 또 이번에는 해피엔딩으로 만들되,
줄리 델피가 감독을 맡아 만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주)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이 속편으로 2013년에 나왔는데,
감독은 여전히 이 작품과 같은 리처드 링크레이터(Richard Linklater).
(맨 아래 동영상 2개 참조.)
* 관련 동영상 모음:
* ‘비포 선라이즈(Before Sunrise)’:
revised. May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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