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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이야기들-2000년대중

어느 멋진 순간 / A Good Year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by 음악평론가김제건 2013. 5. 30.
어느 멋진 순간 / A Good Year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2006년/ 제작 + 감독: Ridley Scott /주연: Russell Crowe + Marion Cotillard
음악: Marc Streitenfeld / 118분



자고로 부터 시골은 여유가 있고 풍요롭게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사실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차이가 없는 불문율이다.
우선 결실이 있는 대자연과 가까이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마음은
이미 풍요로워지지만,
아무래도 공간적으로도 여유가 있고, 또 시간적으로도 여유가
있다 보니, 자연히 마음 전체에 한 박자를 쉬어갈 수 있는
여유와 평안함이 생기게 마련인 것이다.
그러나 이런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또 많은 사람들이 시골을 떠나는 이유는 뭘까?
그건 아무래도 도시의 물질문명(돈)과 현대화가 가져다주는
삶의 편리함도 결코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일 텐데,
이 영화 속의 주인공이 어느 날, 갑자기 강요받게 되는
(물질이 풍요로운) 도시 생활
(마음이 풍요로운) 시골 생활 중에서
택일해야 하는 선택은 어쩌면 오늘을 사는 우리 모든
현대인들에게 던져지는 공통의 질문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런던의 금융가에서 펄펄 날고 있는 펀드(본드) 매니저,
맥스 스키너(Max Skinner/ Russel Crowe, 1964, 뉴질랜드)
성공을 위해서라면 불법에 가까운 거래도 마다않는 유명한 중역.
그런 어느 날, 어린 시절에 매년 여름방학 때마다 찾아뵙던 삼촌,
헨리(Henry Skinner/ Albert Finney, 1936, 영국)
부음을 접한다.
체스 게임이나 와인 시음에서도 자신을 애 취급하지 않고, 동등하게
대하며, 남자가 되는 법을 가르쳐 준 삼촌을 잠시 회상해 보며, 또
지난 10여 년 동안 한 번도 연락을 취한 적이 없던 바쁘고 무심한
자신을 뒤돌아본다.
그리고는 삼촌이 유산으로 남긴 부동산, 샤또(Chateau)에 관하여
할 말이 있다는 프랑스의 프로방스(Provence)지방의 공증인,
오제(Auzet)를 만나러, 당일치기 계획을 세워 이곳을 다시 찾아온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여러 형태로 벌어지는 해프닝들로 인해,
예약해 둔 런던 행 귀국 비행기를 놓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회사로부터는 일주일간 정직 처분까지 받게 된다.
그래서 할 수 없이 11헥타르 넓이의 포도원(Vineyard)이 있는 샤또,
라 시로끄(La Siroque)에서 다시 어린 시절의 여름방학 때처럼
시간을 보내게 된 맥스,
23년째 이곳을 관리해 온 다혈질의 프랑스인,
듀플로(Duflot)부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곳을 좋은 값에 빨리
처분하기 위해 집수리를 시작한다.



그런데, 애당초 약 100만 달러정도로 생각을 했었던 이곳 샤또의 가격이
예상외로 대 여섯 배의 가치가 있다는 걸 알게 된 이후부터 맥스는 더욱
조바심을 내는데,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두 여인이 나타나면서 점점 이곳,
프로방스의 매력에서 빠져 나가질 못하게 된다.
첫 여인은 렌터카인 경차를 몰면서 자신도 모르게 자전거 전복 사고를
유발 해 피해를 주었다가, 샤또 안의 수영장에서 호된 복수를 겪게 만든
아름다운 프랑스 현지 여인,
화니 셰넬(Fanny Chenel/ Marion Cotillard, 1975. 빠리).
그리고 또 한 여인은 헨리 삼촌과 어느 여인이 함께 찍은 낡은 사진 한 장을
달랑 들고 나타나, 자신이 미국의 나파밸리에서 온 헨리의 딸이라고 주장하는
크리스티(Christie/Abbie Cornish. 1982. 호주).
이로서 맥스가 추진하던 샤또의 처분은 비상이 걸리는데 그러나 그는 아직도
이 샤또 라 시로끄가 지니고 있는 두 가지 큰 비밀을 모르고 있다.
오래전서부터 이 지방에서 고가에 거래가 되어오던 레이블도 없고 생산지도
모르는 신비의 부띠끄 와인, C P (꼬앙 뻬르두)가 헨리 삼촌이 심혈을
기우려 이 샤또에서 몰래 만들어 왔다는 사실이 첫 번째 비밀이고,
또 하나는 어릴 적, 어느 여름날, 이 샤또안의 수영장에서 첫키스를 나눴던
소녀가 바로 현재, 맥스가 좋아하는 화니 셰넬이라는 사실이다.
자, 과연 런던 변호사인 친구, 찰리가 작성해 온 부동산 매매 계약서에
맥스는 최종 사인을 할 것 인가?



이젠 노장이 된 리들리 스캇(Ridley Scott, 1937, 영국) 감독(위의 사진)과
배우, 러셀 크로(Russell Crowe, 1964, 뉴질랜드) 의 콤비네이션하면
뭐니 뭐니 해도 아직까진 사극, '글래디에이터(Gladiator, 2000)‘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물론 1979년의 ‘에이리언(Alien)’ 과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
같은 S F서부터 거의 대부분의 장르를 하나하나씩 섭렵해온 스캇의
2007년도 화제작 ‘아메리칸 갱스터(American Gangster)’도 이젠 그들의
필모그래피에서 무시할 수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막시무스로서의 강인한 그 이미지가 크로에게는 아직까지도 가장
잘 어울리는 듯하여, 이 두 사람이 6년 만에 두 번째로 다시 뭉쳐 만든
이 작품은 아닌 게 아니라, 장르 면에서 좀 엉뚱하고 의외적인 느낌을
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로맨틱 코미디에 어색해 보이는 감독도 감독이지만,
배우로서도 이 두 사람이 과연 이런 장르에 어울릴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구심을 또한 느끼게 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작품성이야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좋게 평을 할 수는 있겠지만,
흥행은 결과적으로 시원치 않아서, 더운 2005년 9월의 촬영 기간 내내
수많은 아이디어를 스캇 감독에게 제공하였고,
또 작품을 위해서 무척이나 망가지는 연기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돈값을 못하는 배우로 지명을 받는 굴욕을 크로는 다시 한 번 더
겪어야만 했었다.



'글래디에이터(Gladiator, 2000)‘, ’한니발(Hannibal, 2001)’, ’블랙 호크
다운(Black Hawk Down, 2001)‘
때부터 영화 삽입곡들의 선곡을
총 책임지는 ‘뮤직 수퍼바이저(Music Supervisor)’의 역할을 잘 수행해
그동안 리들리 스캇을 줄곧 만족시켜왔던 독일 출신의 밴드 맨,
마크 스트레이텐펠트(Marc Streitenfeld)가 작곡가로서
영화 음악계에 데뷔를 한 작품이 바로 이 영화인 점도 특이하다.
헨리삼촌과 많은 대화를 나누는 회상 씬 때 마다, 그리고 전체 극 전개에
매우 중요한 곳인 수영장(어린 맥스와 화니가 첫 키스를 한곳) 시퀀스와
또 아래의 사운드 트랙에서와 같이 어른이 된 현재의 맥스와 화니가
재회의 키스를 하고 이후 샤또, 라 시로끄에서 그녀와 새 살림을
시작할 때도, 그래서 극 전체적으로는 5-6번 정도 반복해서
들려오는 따뜻한 현악 분위기의 음악이
바로 이 영화의 메인 테마곡(Main Theme) 이다
(OST 앨범에는 ‘Wisdom’이란 제목이 붙기도 함).
그는 이 오리지널 스코어 작곡뿐만 아니라, 약 30곡이나 되는 삽입곡들도
이번에 또 다시 선곡을 잘 하였지만, 2007년의 ‘아메리칸 갱스터’ 와
2008년의 ‘Body Of Lies'
같은 후속작의 영화음악 작곡을 계속하면서
“스캇과 크로’”사단의 또 한명의 새로운 짝꿍(Collaborator)으로서 현재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드뷔시(Claude Debussy)의 ‘2 Arabesques: No.1 Andante Con Moto’
같은 클래식 음악을 포함해 무려 30곡이나 되는 여러 삽입곡들(OST 앨범
에는 15곡)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곡은 역시 헨리 삼촌이 샤또의 2층에서
화니의 엄마를 비롯한 수많은 프랑스여인네들에게 작업걸때 사용을 하던
레코드음악으로 등장을 한 ‘웨딩 삼바‘(The Wedding Samba)라는 곡이다.
이곡은 룸바(Rumba)로 편곡을 할 땐 ‘웨딩 룸바‘라고 불리기도 하지만,
바로, 룸바 음악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였던
에드문도 로스(Edmundo Ros. 1910, 트리니다드 토바고)
그의 오케스트라가 1949년에 크게 히트시킨 연주와 노래를
그대로 사용을 하면서 헨리 삼촌역의
앨버트 휘니(Albert Finney, 1936. 영국-스캇 감독의 첫 영화에 출연)
그 능글능글하던 이미지에 참 잘 부합이 되게끔 하였는데, 이 곡만은
스캇 감독이 직접 추천을 했었다고 한다.



해리 닐슨(Harry Nilson)의 곡들은 맥스와 듀플로가 영국과 프랑스의
자존심을 걸고 한 판의 테니스 대결을 펼칠 때 흐르던, 그 유명한
‘Jump Into The Fire'(OST 의 다섯 번째 곡)외에도
'How Can I Be Sure Of You' (OST 의 첫 번째 곡)와
‘Gotta Get Up'(OST의 열 번째 곡)이 함께 나오면서 주인공 맥스의
심정(자존심 등)을 대변하는 도구로 사용이 되었다.
플라체 드 레땅에서 일요일 밤에 맥스와 화니가 데이트를 할 때,
큰 스크린 앞에서 밴드가 노래를 하던 샬 뜨레네(Charles Trenet)의
명곡, ‘Boum'도 인상적이었지만,
브라이언 하이랜드(Bryan Hyland)가 1960년에 세계적으로 히트시킨
‘Itsy Bitsy Teenie Weenie Yellow Polka Dot Bikini' 라는 곡이
예상외로 신나게 프랑스 어 버전(OST의 12번째 곡)으로 엔딩 크레디츠
에서 들려오는 게 특이하다.





"이곳에서 손님은 절대로 왕이 아니니(In France, The Customer Is
Always Wrong), 아니꼬우면 아비뇽에 가서 햄버거를 사먹든지
(Mcdonald's Is In Avignon), 아니면 마르세유에서 튀김이나 드시라
(Fish And Chips In Marseilles)"

거침없이 말을 뱉는 아주 콧대 높은 레스토랑 여주인,
마리옹 꼬띠야르(Marion Cotillard, 1975. 빠리)
지난번 ‘러브 미 이프 유 대어’(Jeux D' Enfents, 2003)보다는 무척
성숙해진 느낌이고, 이번에 세계적인 배우, 크로와 공연을 한
이 작품을 통해 드디어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하였는데,
2007년도의 화제작, ‘라 비앙 로즈’(La Mome) 에서는
놀라운 변신연기로 에디뜨 삐아프(Edith Piaf)를 훌륭하게 재현하여
전 세계적인 갈채를 받았고 또 오스카 여우주연상까지도 받게 되었다.



이렇게,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는 말이 있지만 그렇다면 남자의 변신은
유죄가 될까?
러셀 크로는 이번 기회,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이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을 한 김에 완전한 변신을 하기로 작심을 한 듯, 락 밴드,
The Ordinary Fear Of God 와 함께 노래도 하면서
3편의 뮤직 비디오(아래 동영상의 ‘One Good Year' / 'Weight Of
Man' / 'Testify') 까지 제작을 하였는데,
글쎄? 팬들의 박수소리가 별로 크게 들리지 않았던 것을 보니,
그의 변신이 무죄 판결을 받은 건 아닌 셈이고,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Music And Lyric, 2007)‘ 에서
여러 곡을 노래하여 호평을 받은 휴 그랜트(Hugh Grant)와는
상당한 대조를 이루었다.

* 러셀 크로 의 뮤직 비디오, 'One Good Year'


스캇 감독의 오랜 친구로서
프로방스에서만 벌써 15년 이상 살고 있다는 이 영화의 원작 소설
(2004년 출판)의 작가, 피터 메일(Peter Mayle.1939. 영국)
1993년에 이미 ‘프로방스에서 보낸 해(A Year In Provence)'라는
원작소설과 TV 시리즈로 이곳 지방을 찬양한 적이 있었지만,
찬란한 태양 빛이 큰 자랑거리인 프랑스 남동부의 이 프로방스
지방자체가 사실은 이 영화에서도 가장 큰 주인공인 셈이다.
[‘마농의 샘(Manon Des Sources, 1986)’을 비롯한 수많은 영화의 무대.]
‘좋은 해(A Good Year)’ 라는 이 원 제목은 와인의 빈티지(Vintage)와
관계가 있어서, 품질이 뛰어난 포도가 생산이 되어 탁월한 와인이
만들어진 해를 의미하지만,
사랑하는 여인, 화니를 만나고 또 그녀와 함께 대자연의 품에 안겨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맥스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평생 기억에 남는
‘좋은 해’가 될 듯 하다.
맥스는 한때 이 프랑스 여인, 화니에게 “이곳은 내 삶과 맞지 않아”
라는 말을 했다가, “아니요, 당신의 삶이 이곳과 맞지 않는 것이겠죠...”
라는 주어가 다른 현답을 듣게 되는데,
환경이 사람을 바꾼다고, 런던에서 그렇게 인정머리가 없이 돈만을
밝히며, 빠른 스피드를 중시하면서 각박하게 살아온 속물(원작의
표현: Asshole), 맥스도 차츰 차츰 이곳 시골에서 변해갈 것이고,
그러다 보면 이 원작소설 같이 멋진 글도 나중에 쓰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역시 대자연과 시골은 언제나 (돌아가고 싶고) 우리들의 마음이
푸근해 지는 고향 같은 존재가 아닐 수가 없다.

* 이 영화의 공식 홈페이지: http://www.agoodyear.com



* OST 앨범 수록곡 리스트:



1. How Can I Be Sure Of You
2. "Il faut du temps au temps"
3. Je Chante
4. Breezin' Along With The Breeze
5. Jump Into The Fire
(본문에 음악)
6. The Wedding
7. Never Ending Song Of Love
8. Old Cape Cod
9. J'Attendrai
10. Gotta Get Up
11. Le Chant Du Gardian
12. Itsy Bitsy Petit Bikini



13. Max-a-million
14. Le Coin Perdu
15. Wisdom


* 예고 편 외 주요장면 모음:









Jay. 221번째 영화리뷰. Jan.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