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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이야기들-1970년대상

빠삐용 / Papillon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by 음악평론가김제건 2014. 2. 7.
빠삐용 / Papillon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1973년/감독: Franklin J Schaffner/ 원작: Henry Charriere
주연: Steve Mcqueen + Dustin Hoffman/음악: Jerry Goldsmith/150분



세상을 살아가다가 약간의 돈만 (뜨이거나) 손해를 보아도
울화병이 생겨서 못 견디는 경우가 많은데,
하지도 않은 살인의 죄를 몽땅 뒤집어쓰고 감방에 가려니
그 얼마나 분통이 터질까?
그러나, 아무도 자신의 결백을 믿지 않는 가운데
기구한 운명은 죄 없는 그를
지구 반대편의 머나먼 이국 타향으로 유배를 보낸다.
그러니 그 누구보다도 자유를 향한 의지가
더욱 강했는지도 모르겠고, 또 그래서 그 강한 의지는
더욱 더 (불가능해 보이는) 탈출을 자꾸만 감행했나 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실화이다.
1906년에 마을 학교 교장의 아들로 남부 프랑스에서 태어난
앙리 샤리에르(샤르에르-Henry Charriere)
(1906-1973, 마드리드에서 사망)

남미의 베네주엘라에서 처음 출간된 자전적인 소설,
‘빠삐용(Papillon)’을 통해
젊은 시절에 겪었던 기구한 삶의 굴레를 세상에 공개하였는데
이 영화는 바로 이 책을 그대로 (원작에 충실하게) 각색을 하여
제작이 되었다.
해군에서 복무를 마친 후 빠리로 상경한 젊은 앙리.
잠시 건달들 세계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몸에 있는 독특한 나비문신 때문에, 그때부터 별명으로
‘빠삐용’ 이라 불리게 된다.
그는 25세 때에 체포가 되어 무기 징역형을 선고받고,
당시 프랑스령인 기아나(Guiana)로 유배가 되는 것인데,
한마디로 재수가 없어도 보통 재수가 없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재수나 운명을 믿지 않는 그는
인간이 인간을 가둘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조건(악마의 섬)
마저도 극복하고, 13년 동안 무려 10번의 탈출 시도 끝에
드디어 자유의 몸이 된다.
그리고 그는 베네주엘라에서 여생을 보내다 이 영화를
보고 난 직후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병사(病死)하였다.
(아래 사진이 그가 스페인에서 찍었던 말년의 실제 사진이다)



고집도 보통 황소고집이 아니다.
탈출에 한번 실패 할 때 마다 처벌이 가중되고
또 그 처벌의 수위가 보통 사람들은 매우 견디기 힘든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무려 10번이나 탈출을 시도 했다는 것은
집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무모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겠다.
원작 소설에는 아주 세세히 묘사되어 있지만,
웬만한 사람들은 자연적인 체력소모로 그냥 죽을 수밖에 없는
(빛도 못 보는) 극한 상황의 독방 구금에서도 그는 가능한 한
체력을 강하게 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였다고 한다.
심지어 바퀴벌레를 비롯한 온갖 벌레들도
(쥐를 잡아먹는 것은 오히려 큰 행운이라고 했다)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서는 이를 악물고 다 먹었고, 거기다
운동까지도 열심히 하였다니 그는 분명 보통 사람은 아니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 이 영화의 원작 소설은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었는데, 한번 책을 붙들면 밤을 새우더라도
그 책을 놓기가 힘든 이유는 계속 반복되는 탈출의 결과도
궁금했었지만, 소설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되는 논픽션 적인
(실제) 긴박감이 책을 더 붙들게 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본 애독자들 중에는 실망을 하였다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는데,
그건 아마도 독자들 마음대로 장소와 배경들을 상상하면서
볼 수 있는 책의 특성과
그 반대로 세세한 이야기는 생략이 되고 한정된 장면만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영화의 특성 차이가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평은
원작 소설만큼 이나 매우 잘 만든 영화라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화야 말로 이 앙리의 이야기를
더욱 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또 (프랑스의) 사법부도 일종의 반성을 하였다고 한다.
(이후 사법 제도 개혁을 단행함)



탈출 영화의 고전 중에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대 탈출(The Great Escape.1963)’에서
버질(Virgil) 대위로 출연하여 모터사이클 묘기도 보여준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 1930-1980, 미국)
다시 탈출의 화신 역할을 맡았는데
어느 면에서도 무척이나 잘된 캐스팅인 것 같고
그 역시 생전의 27편 출연작가운데에서 가장 심도가 깊고
고생을 제일 많이 한 연기를 하지 않았나 싶다.
특히 악마의 섬에서의 노인 같은 분장과 그 연기는
참으로 인상적이다.
(앙리는 실제로 하도 못 먹어서 겨우 40세 밖에 안 되었는데도
그렇게 조로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한 감방 동료이자 운명적으로 계속 만나게 되는
루이 드가(Louis Dega) 역의
더스틴 호프만(홉맨-Dustin Hoffman. 1937, 미국 LA)
역시 이 영화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 하였다고 하는데,
두꺼운 졸보기안경이 어지러워서 별도의 콘택트렌즈까지
낄 수밖에 없는 힘든 고생도 하였다고 한다.
여하튼 이 두 사람의 평소에 보기 드문 이런 대단한 연기와
고생이 이 영화를 더욱 더 사실적인 것처럼 만든 것은 분명하다.



이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이 영화의 주제곡이라고 알려진
‘바람처럼 자유롭게(Free As The Wind)’
잉글버트 험퍼딩크(Englebert Humperdinck)와
앤디 윌리엄스(Andy Williams)의 목소리(아래 음악)로
매우 많이 방송이 되었다.
원래 영화에서는 가사가 있는 노래는 나오지 않았으니,
결국은 이 영화의 개봉이후에 상업적인 목적의 제2의 창작을
한 셈이 되었다.
약 60년 경력의 할리우드 영화음악의 백전노장(200여곡 이상 작곡),
제리 골드스미스 (Jerry Goldsmith. 1929-2004, 미국 CA)
이 주제(Main Theme)곡을 비롯해 전체 오리지널 스코어(OS)를
작곡하였는데,
주로 현악기와 아코디온을 중심으로 빠른 템포로 연주할 때는
희망에 차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느린 템포의 연주에서는 마치 앙리의 한이 맺혀 있는 것 같이
무척이나 슬프게도 들린다.
누가 이런 ‘바람처럼 자유롭게’ 라는
기가 막히게 멋진 제목을 만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제목에서부터 자유를 갈구하는 주인공, 앙리의 심정을
정말 잘 대변하는 것만 같다.
“어제의 세계는 내 마음 에 흐르는 강물같이 덧없는 꿈인가?
햇살아래 반짝이는 저 나비의 날개 짓은 내가 봤어야만 했던
것들을 알려 주네
라고 시작되는 그 숙연한 가사는 마치 한편의 서사시와도 같다.
(아래 원어 가사 참고)



스페인과 자메이카에서 전체적인 촬영을 하였으나,
현실감을 주기 위해 몇몇 시퀀스(‘악마의 섬’ 포함)는
실제로 기아나의 생 로랑 드 마로니(St. Laurent Du Maroni)
라는 곳(앙리가 잠시 있었던 곳)에서 찍었다고 한다.
(엔딩 크레디츠에서 바로 그곳의 허물어져가는
감옥의 오늘날의 실제 모습들이 스산하게 보여 진다.)
어쨌든 그 아름다운 바닷가의 경치 속에 이런 비참하고
기구한 사연이 담겨있다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
그리고 말발굽형의 바닷가에 촛대바위 옆의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마지막 장면(아래 동영상)
이 영화의 최고의 명장면으로 손꼽히는데
“야 이놈들아 나 여기 있다(Hey Bastards, I'm Still Here......).“
라는 그 명대사도 무척 인상적인데, 이 장면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예고편에서는 다음과 같이 의미심장한 말도 나온다.
"생존만으론 부족하였고 그는 자유로워야만 했었다.
(Survival Was Not Enough, He Had To Be Free....)"

결국, 자유가 없는 생존만으로는 부족하였던 이 앙리는
끝내 고국으로는 돌아가지 못하였고,
여생을 남미(베네주엘라)에서 보내게 된다.
(이곳에서 결혼도 하였었다.
아래 사진이 실제 앙리가 뛰어내렸던 절벽이 보이는 곳)




이 영화의 끝 장면(아래 동영상)을 보며,
나라면 이 앙리와 루이의 결정 중에서 과연 어느 결정을
택하였을까? 라는 생각도 하게 마련이다.
죽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또 다시 감수하려 하는 앙리의 모험과
이젠 탈출에도 지쳐 그냥 현실에 안주하고자 하는 루이의 결정.
물론 이 두 가지의 택함이 모두 다 일리가 있기에
어느 것이 옳았다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러나
그 택함의 결과에 따라 남은 생애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살면서 해야 하는 수많은 결정들을 실수 없이
잘 할 수 있게 되길 또 한편으로 바라게 된다.
대작을 만들면서도 멜로물 같이 세세한 부분들을
(특히 심리 묘사) 잘 묘사하기로 유명한
후랭크린 셰프너(Franklin J. Schaffner. 1920-1989, 미국)
감독 역시 이 작품 연출에 대 만족을 하였다고 하는데,
전작들인 역사물, ‘패튼 대 전차군단(Patton. 1970)’
‘니콜라스 와 알렉산드라(Nicholas and Alexandra. 1971)’ 와는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인생을 사는 게 때로는 지루해질 때, 이 영화를 가끔 한번씩
보고 나면 우리가 이렇게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가를 다시 각성 할 수 있어서 좋다.



* ‘Free As The Wind’ 와 그 가사:





Yesterday's world is a dream like a river
that runs through my mind
Made of fields and the white pebbled stream
that I knew as a child/ Butterfly wings in the sun
taught me all that I needed to see
For they sang sang to my heart
oh look at me look at me
Free as the wind free as the wind
that is the way you should be.
Love was the dream of my life
And I gave it the best I knew how
So it always brings tears to my eyes
when I think of it now
Gone like the butterfly days
And the boy that I once used to be
But my heart still hears a voice
Telling me look , look and you will see
There's no regret that I feel
For the bitter sweet taste of it all
If you love there's a chance you may fly
If you fall, well you fall
Rather the butterfly life
To have lived for a day and been free
For my heart still hears a voice
Telling me look and you will see






* 관련 동영상 모음:










revised. Feb.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