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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건의 음악단상

사랑에 관한 단상 – 생애 최고의 해

by 음악평론가김제건 2020. 10. 30.

사랑에 관한 단상 – 생애 최고의 해



남과여: 여전히 찬란한/Les Plus Belles Annees D'une Vie 리뷰 + 동영상모음
2019년 / 감독+각본: Claude Lelouch / 주연; Jean Louis Trintignant +
Anouk Aimee / 음악: Calogero + Francis Lai / 90분

오늘을 사는 1930년대 생 만세!



”우리 생의 최고의 해는 아직 오지 않았다.“라는
명언의 큰 자막으로 시작하는 영화,
1966년 작, ”남과여(Un Homme Et Une Femme)”
3편 격이자, 완결 편으로 봐야하는 이 작품의 원제도
“생애 최고로 화려한 해
(Les Plus Belles Annees D'une Vie)”,
영어로는 “The Best Years Of A Life” 입니다.



100세 시대라고 흔히들 말을 하지만
과연 나도 그럴까? 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에게
2019년에 이 영화를 만든 주역들은
오늘이 과연 100세 시대임을 증명하고 있는 듯합니다.
오늘을 사는 1930년대 사람들,
우리들의 선배인 이들을 열렬히 응원하면서
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클로드 를르슈(Claude Lelouch. 1937. 프랑스 파리).

아버지가 고등학교 졸업 때 선물로 준 16mm 카메라로
TV용 단편 다큐멘터리, CF등의 영상물을 제작하던
그는 1960년 영화계 데뷔 이후, 5전6기 끝에
가족과 친척들에게 돈을 빌려 힘겹게 만든
”남 과 여(Un Homme Et Une Femme)”
깐느영화제 사상 황금종려상을 받은 최연소 수상자가
되는 등, 일약 세계적인 천재감독으로 부상한지도
반세기 넘었습니다.
그가 만든 프로덕션, Les Films 13을 통해 그동안
60여 편이상의 작품을 만들어왔는데요,
그중 환갑이 넘은 21세기에만 15편 이상의 작품을
만들어 오는 등, 오늘 날도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죠.
1960년대부터 줄곧 그래왔지만 탁월한 영상미와
직접 관여하여 만드는 영화음악 등이 큰 강점입니다.



장-루이 뜨렝티냥(Jean-Louis Trintignant. 1930-2022. 남프랑스).

감독과 주연배우, 그리고 영화음악가, 가수 모두를
일약 스타덤으로 오르게 만든 1966년의
”남 과 여(Un Homme Et Une Femme)”
식구들 중 유일하게 90살을 넘겼습니다.
뛰어난 영화 음악을 만들었던 2살 어린
후랑시스 레이(Francis Lai. 1932-2018. 프랑스 니스)
먼저 세상을 떴지만, 장 루이는 140여 편의 생애 출연작
중에서 가장 최신작으로 이 작품에서 얼굴을 보였습니다.
치매에 걸린 노인 역이었지만, 부디 90청춘이 되길 바랍니다.

(후기: 2022년6월17일에 별세했음)



아누크 에메(Anouk Aimee, 1932, 프랑스 빠리).

1947년에 데뷔한 이래
”남 과 여(Un Homme Et Une Femme)”
이전서 부터 이미 스타덤에 올라있던 그녀도 어느새
90을 2년 앞두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 보여준 외모는
놀라울 정도로 젊게 보입니다.
오른 손으로 오른쪽 머리를 뒤로 넘기는 그녀의
잘 알려진 습관은 이번 작품에서도 감독이 직접 쓴
각본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치매에 걸린
장 루이가 기억하는 옛사랑의 흔적이 됩니다.
컬러필름 살 돈이 없어 부득이 흑백으로 찍었다던
’남 과 여‘에서의 러브 씬은 이 작품에서도 여러 번
등장하지만, 그녀를 대표하는 영구적인 이미지로
남을 듯합니다.



니콜 크로와지(Nicole Croisille. 1936. 프랑스 쎄느).

1961년에 데뷔한 영화배우로서 클로드 를르슈를
처음 만났던 그녀. 음반제작 프로듀서이었던
삐에르 바루(Pierre Barouh. 1934. 빠리)와
후랑시스 레이(Francis Lai. 1932-2018. 니스)가
추천하여 여자가수로서 사운드트랙 제작 작업에
참여하였습니다. 삐에르 바루와 함께 이중창으로 부른
’남 와 여’의 사랑의 테마는 “바다 바다다”가 반복해서
들어가는 스켓 창법으로 인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었죠.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 /1995).
본 아이덴티티(The Bourne Identity /2002)
등에 출연하며
노년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던 그녀는 이번에
의리의 사나이, 클로드 를르슈의 부름을 받아
다시 한 번 이 영화의 주제곡을 불러 화제가 되었습니다.



영화 원제와 제목이 같은 이 메인 테마곡은
후랑시스 레이의 오리지널 영화 음악 곡, 사랑의 테마로
절묘하게 오버랩이 되게끔 만들어졌는데,
프랑스에서 밴드생활을 오래 동안 해 오던
칼로제로(Calogero. 1971. 프랑스 이제르)가 작곡했습니다.
이젠 80대 중반인 니콜 크로와지는 비록 젊었을 때
목소리의 60-70%밖에 성량이 나오진 않았지만
그래도 막내아들 뻘이 되는 칼로제로와 이중창을
멋지게 소화하여 영화의 오프닝을 훌륭하게 장식하였습니다.
(위의 영상클립 참조)



클로드 를르슈는 1986년에
“남과여, 20년 후/ Un Homme Et Une Femme, 20 Ans Deja”
라는 제목으로 ’남 와 여’ 속편을 이미 만든 바 있습니다.
따라서 주역들의 나이로 볼 때 이번이 완결 편이자
3편 격이 되는데, 무슨 이유에서 인지,
이번에도 직접 각본을 쓴 를르슈는 마치 이번 작품이
2편이라는 것 같이 연출을 하였습니다.
이미 1986년도 2편에서 만난바 있던 ’남 와 여’
2세들도 마치 이번에 처음 다시 만나는 걸로 하였고,
또 그 유명한 흑백 러브 씬을 포함한
회상장면들도 전부 1966년 작에서만 사용을 하였습니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선 나이가 든 관객을 겨냥한
‘추억의 상업화’란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겠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남과 여, 53년 후”가 되는 이 작품을
통해서 다시 보는 1966년도의 ‘남과 여‘의 장면들이
그렇다는 것인지?
왜 그렇게 수입사가 제목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원제와는 거리가 먼 한글 제목, “여전히 찬란한”
어쩌면 위에 열거한 이 영화의 주역들,
즉, 오늘을 사는 1930년대 생들을 격려하고 응원하는
가장 적절한 단어와 문장이 아닐는지요.
부디 건강하게 만수무강하면서 더 좋은 작품들을
우리들에게 계속 안겨 주길 기원합니다.
오늘을 사는 1930년대 생 만만세!



* 클로드 를르슈 관련 김제건의 영화음악 이야기들:

“남과 여/Un Homme Et Une Femme“
https://blog.naver.com/jaygunkim/100009168244
https://jaygunkim.tistory.com/175

”파리의 정사 / Vivre Pour Vivre“
https://blog.naver.com/jaygunkim/100037716527
https://jaygunkim.tistory.com/114

“내가 좋아하는 남자/Un Homme Qui Me Plait”
https://blog.naver.com/jaygunkim/100056770860
https://jaygunkim.tistory.com/533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Les Uns Et Les Autres“
https://blog.naver.com/jaygunkim/100128364075
https://jaygunkim.tistory.com/152

“남과여, 20년 후/ Un Homme Et Une Femme, 20 Ans Deja”
https://blog.naver.com/jaygunkim/100009276595
https://jaygunkim.tistory.com/39

“레이디스 앤 젠틀맨/ And Now... Ladies & Gentlemen”
https://blog.naver.com/jaygunkim/100010971738
https://jaygunkim.tistory.com/42

“남과여: 여전히 찬란한/Les Plus Belles Annees D'une Vie”
https://blog.naver.com/jaygunkim/222130754731
https://jaygunkim.tistory.com/634














Jay. 278번째 리뷰/ Oct.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