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의 추억 – 1950&60년대
한국전쟁이 끝난 1950년대 중후반, 부산이었습니다.
전쟁 통에 몰려든 수많은 피난민들과 함께
부모가 없는 고아들도 상당히 많았었는데,
다 고아들인지는 확실치 않았지만
거리거리마다 구걸을 하는 어린애들이
무척이나 많았든 시절이었죠.
당시 부산 제일의 번화가, 광복동과 남포동 거리의
어느 극장 앞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구걸을 하던 애들과는 달리
꽤 말끔한 차림새의 어느 소년 한 명이 매표소
옆에서 표를 사는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고
잠시 후, 그들의 손을 잡고 함께
극장 안으로 사라집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요?
엄마의 손을 잡고 난생 처음
극장이란 곳을 다녀왔었던 그 소년.
아직 학교도 다니기 전인데
그 큰 스크린속의 세상은 너무나도 황홀하였답니다.
어느 날 오후
어른들의 손을 잡고 들어가면 언제나 무료입장이
가능하다는 걸 눈치 챈 그 소년은 엄마 몰래
극장 앞으로 다시 가 데이트를 하던 처녀총각
커플에게 말을 걸어 함께 들어가는 데 성공합니다.
그리고는 틈이 날 때마다 반복이 되던 극장 행과
입장 구걸. 그러나 겁 없는 소년의 그런 행각은
결국 오래가진 못합니다.
우선 극장 입구의 기도들이 소년의 얼굴을 알기
시작하였고, 또 어느 날 저녁에는 극장 안에서
깜박 잠이 드는 바람에 애가 없어졌다고
집안이 온통 벌컥 뒤집히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그날 밤, 무척이나 많은 매를 맞게 되었다는군요.
요즈음 같으면
어디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이겠습니까?
유괴범이나 또는 애들을 노리는 성도착자 같은
범죄자들을 극장 앞에서 만나지 않을 걸
큰 다행으로 여기지 않을 수가 없겠죠.
당시, 도시 전체가 어두웠던 그 부산 시내에서
광복동 거리와 남포동 거리는 밤만 되면
얼마나 휘황찬란했었던지....
거기다 그 밝았던 거리의 극장 앞은
언제나 인산인해였었습니다.
당시에 그곳에서 보던 영화들을 이젠 어른이 된
그 소년이 오늘 날 기억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겠지만,
그런데 간혹 ‘셰인(Shane. 1953)‘이나
‘오케이목장의 결투(Gunfight At The O.K. Corral. 1957)‘
같은 서부영화들을 그 때 본 기억이 떠오르는 건
어찌 된 일일까요?
그 시절 40대 초반이었던 그 소년의 어머니는
소피아 로렌(Sophia Loren)을 어찌나 좋아하셨는지
그녀가 나오던 '해녀(Boy On A Dolphin. 1957)'를
소년과 같이 보고 나온 후 집으로 가는 길에
그녀를 무척이나 칭찬하기도 했었고,
또 스펜서 트레이시 주연의
‘산(The Mountain. 1956)‘을 보고서는
형제는 항상 서로 잘 보살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광복동 거리의 그 극장들의 위치는 어른이 된
그 소년이 아직도 정확히 기억을 한다고 하는데, 하지만
극장들의 이름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고 하네요.
설마 ‘광복 극장’은 아니었겠지요?
1960년대 초에 소년은 서울로 이사를 갑니다.
하지만 1960년대 중 후반
그가 중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의 방학 때
간혹 다시 들렀던 부산의 그 광복동과 남포동
거리는 그리 크게 달라지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다만, 어릴 때 어른들에게 입장 구걸을 하던
그 극장들보다 용두산 공원 쪽(동쪽)으로
가까운 곳에 새 극장이 하나 더 생겼었는데,
이 역시도 이름이 기억나진 않지만 (현대 극장?),
사춘기 시절에 그곳에서 본
‘대 모험(Les Aventuriers. 1967)‘이나
‘맥켄나의 황금(Mackenna's Gold. 1969)‘등은
아직까지도 그가 좋아하는 영화 리스트에 올라있고
또 지금은 DVD로 소중하게 보관을 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대학생활을 하던 1970년대서부터는
부산에서 더 이상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고 하니,
결국 부산 시절의 “영화관의 추억“은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일부에 국한이 된 셈인데,
그의 인생에서 가장 돌아가고픈 때가 어찌 보면
(생각이 별로 없던) 바로 이 시절이라고 하는군요.
* “영화관의 추억-2“ 로 이어짐
Jay. June.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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