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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이야기들-2000년대상

펀치 드렁크 러브/ Punch-Drunk Love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by 음악평론가김제건 2012. 6. 22.
펀치 드렁크 러브/ Punch-Drunk Love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2002년/ 제작+감독: Paul Thomas Anderson / 주연: Adam Sandler 외
음악: Jon Brion / 95분



요즈음에도 쓰이는 말 인진 모르겠지만,
“웃기는 짬뽕”이라는 두 단어의 웃기는 조합이 있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짬뽕은 우리가 중국집에서 먹는 그런 짬뽕이 아니라,
좀 괴짜인 사람을 비하하면서 일컫는 코미디적인 신조어이었는데,
그런데, 이 영화야말로 보다 보면, 정말로 영화가 “웃기는 짬뽕”
같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마련이다.
우선 “웃기는 짬뽕”같은 엉뚱하기 그지없는 주인공의 캐릭터도 그렇지만,
두서없이 멋대로 막 진행되는 듯 한 줄거리에다가,
아예 사전에 작정이나 한 듯, “웃기는 짬뽕”같이 연출을 한 영화음악은
또 어떤가? 오리지널 스코어(OS)외에 따로 선곡을 한 삽입곡까지도
웃긴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 웃기는 짬뽕 첫 번째 그릇:
21세기에 들어서서, 수많은 로맨스 코미디에 출연을 계속하고 있는
아담 샌들러 (애덤/ Adam Sandler. 1966. 미국)(위의 사진)가
그 역할을 맡은 배리 이건(Barry Egan)이라는 주인공 캐릭터부터 웃긴다.
누나와 여동생을 합쳐 무려 7명이 되는 시스터(Sister) 천하 집안에서
청일점(靑一占)으로 자라났으니, 그 어찌 정상적인 자아가 형성 되었겠는가?
당연히 ‘시스터 보이‘라고 불려야 하겠으나, 오히려 그 집안의 여자들 사이에서
‘게이 보이’로 불리며 자라나, 시도 때도 없이 울거나, 돌발적이고 괴팍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 일종의 소심남 이자 찌질남이 되어 버렸다.
어릴 때, 개집을 지으려다 손에 든 망치로 거실 통유리를 박살내었다고 해서
오늘도 두고두고 그 소리를 듣고 살고 있는데, 데이트 도중에는 황당하게도
식당의 화장실을 혼자 박살내기도 한다.
한편, 회사입구의 길거리에 아침 일찍 덩그러니 놓인 낡은 풍금을 발견하고
주어온 날, 처음 만나게 된 여자주인공 캐릭터 역시 웃기기는 매 한가지이다.
회사 동료의 가족사진을 보고 배리에게 계획적으로 접근을 한,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매우 저돌적이랄 수 있는 이 리나 레너드(Lena Leonard)역의
에밀리 왓슨(Emily Watson. 1967. 영국)의 얼굴(아래 사진)이 원래부터
웃기게 생겼다고 말 할 수 는 없지만, 그러나 이 작품에서 그녀는 한없이
맹랑하게 생겨 보이니 이 어찌된 일인가?



* 웃기는 짬뽕 두 번째 그릇:
링 위의 권투선수가 상대편의 연타를 얻어맞아 정신을 못 차리고,
거의 그로기 상태에 빠진 것을 펀치 드렁크(Punch-Drunk)라고 한다지만,
‘부기 나이트 (Boogie Nights. 1997)‘‘매그놀리아 (Magnolia. 1999)’
직접 제작하고 감독하면서 여러 방면의 실력을 이미 검증 받은바 있는
폴 토마스 앤더슨 (Paul Thomas Anderson. 1970. 미국)이 들려주는
그로기 상태에 빠진 이 두 사람의 사랑의 대화역시 웃기는 도가 지나쳐
한편으론 엽기적이기도 하다.
“뺨을 깨물어 씹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고(I want to bite your cheek and
chew on it. It's so fucking cute!), 눈알을 파내 빨아먹고 싶어요!(I want to
scop out your eyes and I want to eat them. Chew them and suck on them)“.

리나가 이렇게 말하니, 배리 역시 다음과 같이 화답을 한다.
“당신의 얼굴을 쇠망치로 묵사발을 만들고 싶을 만큼 예뻐요!(I just want to
fucking smash it with a sledgehammer and squeeze it your so pretty)“.

타임지에 실렸었던 항공사의 비행기 마일리지에 관련 된 기사에서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기획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아주 멍청한) 헬시 초이스 회사의 제품을
10개 산 후, 쿠폰까지 이용할 때는 1,000마일까지 얻을 수 있다는 설정도 재미가
있지만, 25센트짜리 푸딩을 대량으로 사서 니나가 출장 가는 곳을 그 마일리지로
따라가겠다는 배리의 발상 역시도 기발하다. 폴 토마스 앤더슨은 작품성을 중시
하는 깐느 영화제에서 2002년에 이 영화로 감독상을 (웃기지 않게) 수상하였다.



* 웃기는 짬뽕 세 번째 그릇:
근래에는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스텝 브라더스 (Step Brothers. 2008)’, 그리고 미란다 줄라이(Miranda July)의
‘미래는 고양이처럼(The Future. 2011)’의 영화음악도 만든바 있지만,
폴 토마스 앤더슨의 ‘리노의 도박사(Sydney / Hard Eight. 1996)’때부터
줄곧 짝꿍으로서 호흡을 같이 맞춰온 락 밴드 출신의 멀티 뮤지션,
욘 브리온 (Jon Brion. 1963. 미국)의 오리지널 스코어(OS) 역시도 웃긴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다.
주인공의 키스 씬에 한 두 번 정도 등장하는 몽환적인 메인 테마(Main Theme 또는
사랑의 테마) 연주곡[‘Punch-Drunk Melody’와 ‘Le Petit Chateau’라고 제목을
붙임]
을 제외하고 들려오는 이 영화의 배경 음악은 배경 음악(BG Music)이라고
부르기보다는 ‘배경 음(BG Sound)‘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아주 특이하다.
영화의 예고편에서도 들을 수가 있지만, 마치 산만한 분위기를 연출하려는 목적이
있는 듯, 아마추어 초보 연주자가 키보드나 타악기를 연습하는 듯한 불규칙하게
반복이 되는 리듬이 수많은 장면에서 등장을 한다.
[OST 앨범에서는 ‘Hands and Feet’라고 제목을 붙임]
거기에다 폴 토마스 앤더슨과 합의를 하여 추가를 한 여러 삽입곡들은 또 어떤가?
무엇보다도 먼저 가장 특별한 곡은 마치 이 영화의 주제 곡 같은 느낌을 준
셜리 듀발(Shelley Duvall)의 ‘그는 내가 필요해(He Needs Me)’인데,
이곡 역시도 바로 1980년에 로버트 앨트먼(Robert Altman)감독의
‘뽀빠이(Popeye. 1980)’라는 영화의 주제곡이라는 점이라서 또 웃긴다.
뽀빠이(파파이)역의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1951. 미국)와 함께
올리브로 출연을 하였던 셜리 듀발(Shelley Duvall. 1949. 미국)이 직접 부른 곡
으로서, “뽀빠이 살려줘요!”라고 외치던 올리브가 마치 유치원생들을 앞에 두고
부르는 듯 한 웃기는 창법이 무척 인상적이다.

* He Needs Me - Shelley Duvall



And all at once I knew
I knew at once
I knew he needed me
Until the day I die
I won't know why
I knew he needed me
It could be fantasy, o-oh
Or maybe it's because
He needs me he needs me
He needs me he needs me
He needs me he needs me
Dah de da da da da da da da da da
Dah de da da da da da da da da dah
It's like a dime a dance
I'll take a chance
I will because he needs me
Noone ever asked before
Before because they never needed me
[Popeye]
But I do
But he does!
Maybe it's because he's so alone
Maybe it's because he's never had a home
He needs me he needs me
He needs me he needs me
He needs me he needs me
For once, for once in life
I've finally felt
That someone needed me
And if it turns out real
Then love can turn the wheel
Because
He needs me he needs me
Dah de da da da da da da da da dum


이곡은 우리나라에서 ‘Without You(1971)’로 대단한 인기를 얻었던
해리 닐슨(Harry Nilsson. 1941-1994. 미국)이 직접 작곡을 한 후, 자신이 부른 바도
있었는데, 배리가 하와이로 출장을 간 리나를 만나기 위해 캘리포니아의 사무실에서
출발을 하여, 호노룰루 시내에서 전화를 하고 또 그녀를 만나는 장면까지 계속
들을 수가 있다. 그리고 엔딩 크레디츠에서도 한 번 더 들을 수가 있는데,
이번에는 “진짜로“를 강조하여 ‘He Really Needs Me’라고 다시 제목을 붙였다.

* 아래 동영상은 영화, ‘뽀빠이(Popeye. 1980)’에서의 노래 장면.



* Waikiki



하와이 오하우섬의 와이키키 해변에 있는 대부분의 호텔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노래이다. 호텔 투숙 관광객들을 위하여 호텔의 로비 라운지나 출입구 근처, 또는
식당 등지에서 하와이언 밴드와 댄스 팀이 라이브로 즐겨 부르는 곡의 하나로서,
호노룰루, 와이키키 해변을 다녀온 사람들에겐 반가운 추억의 음악이 되어,
하와이에서의 즐거웠던 여행을 다시 생각나게 만드는 곡이다.
일종의 ‘하파 하올레’(Hapa-Haole=미국식으로 현대화된 하와이 음악)곡으로서
제목이 말하듯 와이키키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곡이다.
호노룰루 태생의 앤디 커밍스(Andy Cummings. 1913-1995)가 작곡을 한 후에
자신이 직접 부르기도 했었다(아래 동영상).
배리와 리나가 호놀룰루에서 재회를 하고 야외 호텔 식당에서 마주 앉아 있을 때,
무대에서 라이브로 이곡이 들려온다.

* 작곡가 앤디 커밍스가 직접 설명하고 부른 버전:


Theres a feeling, deep in my heart
Stabbing at me just like a dart
Its a feeling heaven----ly
I see memories out of the past
Memories that always will last
Of a place beside the sea
Wai---ki--ki, at night when your shadows are falling
I hear your rolling surf calling
Calling and calling to me
Wai---ki--ki, tis for you that my heart is yearning
My thoughts are always returning
Out there to you across the sea
Your tropic nights and your wonderful charms
Are ever in my memories
As I recall when I held you in my arms
An angel sweet and heavenly
Wai---ki--ki, my whole life is empty without you
I miss that magic about you
Magic beside the sea, magic of Waiki—
Magic of Wai--ki--ki




폴 토마스 앤더슨의 두서가 없는 이 사랑이야기에서 또 웃기는 점의 하나는
소심하고 겁 많은 배리가 니나와 사랑을 하고나서는 갑자기 무지하게 용감한 마초로
돌변을 하여, 폰섹스를 미끼로 돈을 뜯어낸바있는 악당들을 쇠막대로 무자비하게
응징하는 장면인데, 그로기에 빠진 것 같은 펀치 드렁크 러브는 이렇게 사람을
엉뚱하게 변하게도 만든다는 또 다른 뜻이 있다고 한다. 어쨌든 캘리포니아에서
악당들의 보스가 있는 유타까지 가서 더 이상 까불지 말라고 한마디 하는 배리의
모습 뒤로 (그 한마디 때문에 여기까지 왔냐? 는 필립 시모어 호프만의 대답을
듣는다)
배우이자 컨트리 뮤직 싱어였던 칸웨이 트위티(Conway Twitty. 1933-1993.
미국)
가 1960년에 히트시킨 론리 블루 보이(Lonely Blue Boy)가 흐른다.
이곡은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가 1958년에 출연하였던 ‘킹 크레올(King
Creole)‘
에서 대니(Danny)라는 제목으로 부른 바가 있는 곡이다.

* Danny (Lonely Blue Boy)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났기에 존 브라이언 이라고 불러도 될 것을 이민을 온
조상님들의 발음대로 굳이 욘 브리온 이라고 불러 달라는 이 영화 음악의
작곡자는 1980년대 초에 더 뱃즈(The Bats)라는 밴드에서도 활동을 한 바가
있지만, 폴 토마스 앤더슨 때문에 더 유명해지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리노의 도박사(Sydney / Hard Eight. 1996)’때부터 그와 궁합이 잘 맞는다.
안톤 카라스(Anton Karas)의 ‘제 3의 사나이(The Third Man. 1949)’주제곡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가 이번에 락 스타일의 곡, ‘Here We Go’를 이 영화를 위해
직접 만들어 불렀다.

* Jon Brion - Here We Go




“눈에 뭐가 씌웠다.“라고 말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랑을 할 때는 정말로 눈에 뭐가 씌운 것 같이 상대방의 얼굴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모든 게 다 아름답게 보이게 마련이다. 또한 이때만큼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아름다운
적도 살면서 많지는 않겠지만, 그러나 그렇게 두근두근 거리는 시간들이 영원히 계속
될 순 없다는 게 바로 우리들의 인생이라고 한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워낙 간사해서 변하기도 쉽게 변하는것이지만, 하지만 그보다도
그런 긴장이 되는 연애상태의 시간이 계속된다면 우리들의 심장이 견디질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심장이 건강하게 장수를 하려면 그런 뜨거운 마음은 자연히 변하기
마련이라니까, 변해가는 마음을 우리들도 섭섭해 하지 말고 살아야겠다.
물론 이렇게 펀치로 두들겨 맞아 그로기 상태에 빠진 이런 ‘펀치 드렁크 러브‘
역시도 언젠가는 변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찌질이 소심남에서 어느 날 갑자기
마초로 변한 배리 이건처럼.........



* OST 앨범 수록곡 리스트:


1. Overture
2. Tabla
3. Punch-Drunk Melody
4. Hands & Feet
5. Le Petit Chateau
6. Alleyway
7. Punchy Track Piano
8. He Needs Me (본문에 음악)
9. Waikiki (본문에 음악)
10. Moana Chimes (Written by Johnny Noble and M.K. Moke)



11. Hospital
12. Danny (Lonely Blue Boy) (본문에 음악)
13. Healthy Choice
14. Third Floor Hallway
15. Blossoms & Blood
16. Here We Go (본문에 음악)
17. He Really Needs Me




* 관련 동영상 모음:











Jay. 268번째 영화리뷰. June.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