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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이야기들-2010년대이후

셔터 아일랜드 / Shutter Island 음악적 리뷰 + 동영상모음

by 음악평론가김제건 2012. 1. 5.
셔터 아일랜드 / Shutter Island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2010년 / 감독: Martin Scorsese / 주연: Leonardo DiCaprio
음악: Gustav Mahler 외/ 뮤직 수퍼바이저: Robbie Robertson / 138분



정신 질환 환자가운데
자신을 이상하다고 인정하는 환자는
평균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90%는 다 자신이 정상이라고 주장을 한다는데,
그런데........
미스터리 스릴러로 대대적인 선전을 한 이 작품,
관객들을 계속해서 거의 끝까지 속이고(?) 가다,
불쑥 꺼내놓는 참으로 기막힌 대반전 카드속의
우리들의 주인공은 과연 정신 질환 환자인가? 아닌가?



1954년.
흉악범들 중에서 정신병 환자들만 격리수용하고 있는
보스턴의 셔터 아일랜드(Shutter Island)에서
자신의 자식을 셋이나 죽였다는 레이첼(Rachel)이라는
여자 환자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수사하기 위하여 연방 보안관, 테디 대니얼스
(Teddy Daniels-Leonardo DiCaprio. 1974. 할리우드)

동료인 척(Chuck-Mark Alan Ruffalo. 1967. 미국)
함께 섬에 도착을 하면서 본격적으로 수사는 시작된다.
그런데 수사를 하면 할수록 다들 입을 맞춘 듯
이상한 소리들만 하고, 거기다 괴이한 일들만 발생을
하면서 수사에 진척이 전혀 없는데, 설상가상으로
폭풍까지 불어 닥치면서 이들은 섬에 고립되고,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조차 없는 형편이 된다.
과연 이들의 수사는 어떻게 결말이 날 것인가?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기 이전인 학창 시절서부터,
이미 롤링 스톤즈(The Rolling Stones)
음악에 죽고 못 산다던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1942. 뉴욕)
영화 음악 세계가 변화한 것인가?
아니면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1928-1999. 미국)
환생을 한 것인가?
‘샤이닝(The Shining. 1980)’이나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 1999)’에서
큐브릭이 클래식 음악을 삽입곡으로 사용하면서 연출하였던
영화 음악의 분위기가 그대로 재현이 되는 것 같다.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Krzysztof Penderecki. 1933. 폴란드)
죄르지 리게티(György Ligeti. 1923. 루마니아)를 비롯한
컨템포러리 음악(Contemporary Classical Music-현대 클래식 음악)
종합 세트를 오픈하는 기분도 드는데, 여기엔
우리나라 출신의 백 남준(Nam June Paik. 1932–2006. 서울)선생이나
그의 멘토같이 가까웠던 존 케이지(John Cage. 1912–1992. LA)
같은 전위 음악가들이 더욱 더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뭐니 뭐니해도
이 작품에서 영화 음악의 주인공이라면
구스타프 말러(Gustav Mahler. 1860-1911. 오스트리아)
아닐 수 없다.
셔터 아일랜드에서 두 사람이 수사를 위해
닥터 콜리(Dr. John Cawley-Ben Kingsley.1943. 영국)
닥터 내링(Dr. Jeremiah Naehring-Max von Sydo. 1929. 스웨덴)
사무실에 찾아가 이야기를 나눌 때(아래사진),
그 방에 있는 낡은 축음기에서 들려오는
‘피아노와 현을 위한 사중주, A 단조.(QUARTET FOR
PIANO AND STRINGS IN A MINOR)‘

테디에게 상당히 의미가 있는 음악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곡은 테디가 2차 대전 때, 유럽 전선 참전 중,
다카우의 유태인 수용소에 진주했을 때 (겹쳐지는 회상 장면),
권총으로 자살을 하던 수용소장 방에서도 들을 수 있었는데,
당시의 독일인들에게 금지곡으로 되어 있던 유태인
작곡가, 말러의 이 음악을 들으면서
고위급 나치 장교가 자살을 하였다는 게
테디에게는 오랜 미스터리였던 것이다.
여하튼 말러의 이 아름다운 실내악이 밀폐와 학살의
상징인 과거의 포로수용소와 현 시대의 격리된
정신 병원 장면에서 중요하게 사용이 된 점은
매우 아이러니하다.
(말러는 이 곡을 만 16살에 작곡을 하고, 그 해, 1876년에
자신이 직접 연주를 하며 비엔나에서 초연을 했었다고 한다.)


* QUARTET FOR PIANO AND STRINGS IN A MINOR
Written by Gustav Mahler - Performed by Prazak Quartet





이젠 거장이 된 하워드 쇼(Howard Shore. 1946. 토론토)
한동안 죽이 맞아서
'디파티드(The Departed. 2006)'
'에비에이터(The Aviator. 2004)'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 2002)'등의
음악을 줄곧 그에게 맡겨왔던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 1942. 뉴욕)
이번엔 아예 오리지널 영화음악(OS) 작곡가를 기용치 않는
모험을 감행하였다.
이는 그의 초창기 작품, ‘비열한 거리(Mean Streets. 1973)‘때와
유사한 사례로서, 그 때는 제작비가 부족해서라지만,
이번에는 아예 작정하고 스탠리 큐브릭 선배 따라 하기에
나선 것이다.
이 일을 위해 자신을 대신할
‘뮤직 수퍼바이저(Music Supervisor)‘로
‘더 밴드(The Band. 1964-1976)’란 그룹의
기타리스트 출신의 원주민 혼혈 캐나다인,
로비 로버트슨(Robbie Robertson. 1943.토론토)
고용하였는데,
1976년 추수감사절에 샌프란시스코의 윈터랜드 볼룸에서
가졌던 ‘더 밴드’의 마지막 공연을 다큐멘터리 영화
(콘서트 필름)화 하여
‘라스트 월츠(The Last Waltz)’
제목으로 1978년에 개봉하였던 사람(감독)이
바로 마틴 스콜세지로서, 그때부터 몇 십 년 동안
이들은 서로 우정을 유지해 왔었다고 한다.
밥 딜런의 백 밴드(Backing Band)로도 활동을 하였던
이 ‘더 밴드’의 최고의 히트곡인
'웨이트(The Weight. 1968)'를 만들었던 이 로버트슨은
'카지노(Casino. 1995)'에서 뮤직 컨설턴트,
‘갱스 오브 뉴욕(Gangs of New York. 2002)‘에서도
뮤직 프로듀서로 스콜세지와 일을 했었다.



이런 로비 로버트슨(Robbie Robertson)이 선곡했지만,
스탠리 큐브릭(Stanley Kubrick)
분위기가 날 수 밖에 없던 이유 중에 하나는
‘샤이닝(The Shining. 1980)’에서도 나오는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Krzysztof Penderecki. 1933. 폴란드)
음악이 우선 그런 비슷한 분위기를 여러 번
조성하였기 때문이다.
지옥에라도 입장을 하듯이 셔터 아일랜드로 들어가는
초반부 장면에서부터 마치 촬영한 화면을 보고서
작곡을 한 듯 한 분위기를 계속 연출하는데,
‘엑소시스트(The Exorcist. 1973)‘에서
그의 음악이 다섯 곡이나 나오며 조성하였던
그 무시무시하던 분위기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공포 분위기를 이번에도 만들어 낸 것이다.
어떻게 들으면 뱃고동이 우는 듯 한 분위기도 나는
이곡은 다카우의 유태인 수용소에 미군들이 진입할 때와
죽은 자녀들을 물속에 가라앉히다 놀라는 꿈속의
장면 등에서도 여러 번 들을 수 있지만,
테디가 마지막 시퀀스에서 등대로 향할 때도
의미심장하게 다시 들려온다.

* SYMPHONY NO. 3: PASSACAGLIA - ALLEGRO MODERATO
Written by Krzysztof Penderecki. Performed by National Polish Radio Symphony





큐브릭(Stanley Kubrick) ‘샤이닝(The Shining. 1980)’
‘아이즈 와이드 셧(Eyes Wide Shut. 1999)’에서
이미 즐겨찾기를 했었던
죄르지 리게티(György Ligeti. 1923. 루마니아)
'론타노(Lontano)'도 이번에 또 다시 등장을 하였는데,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환각을 느끼게 만드는
신기루 같은 현대 음악”
이라는 평을 들은 바도 있는
이 일명, ‘음향 음악’ 역시
주인공, 테디가 셔터 아일랜드에서 악몽을 꾸면서까지
느끼는 갈등과 혼란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이 곡 외에도 우리나라 출신의 백 남준(Nam June Paik)
선생의 ‘HOMMAGE Á JOHN CAGE’
그 당사자인 존 케이지(John Cage)
‘MUSIC FOR MARCEL DUCHAMP’
(악몽 장면) 같은 현대 클래식 음악 역시,
‘엑소시스트(The Exorcist. 1973)‘
능가하는 공포분위기 조성에 큰 일조를 하였다.

* LONTANO
Written by György Ligeti - Performed by Berlin Philharmonic



* MUSIC FOR MARCEL DUCHAMP
Written by John Cage - Performed by Philipp Vandré



* HOMMAGE Á JOHN CAGE
Written & Performed by Nam June Paik



스팅(Sting)이 불렀던 ‘Shape Of My Heart'도
'레옹(Leon, 1994)'의 엔딩 크레디츠 장면
에서만 나와서 아쉬움을 주었었지만,
이 작품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곡이라고 할 수 있는
다이너 워싱턴(디나-Dinah Washington. 1924-1963. 미국)
‘This Bitter Earth‘ 라는
1960년도 그녀의 히트곡이 영화가 다 끝난 후에야
서서히 들려온다.
그런데, 흑인 감독, 찰스 버넷(Charles Burnett)의
1977년도 작, ‘양의 도살자(Killer of Sheep)‘
에서도 주제곡같이 사용이 되었던 이곡의 오리지널
버전(아래 동영상)이 들려오는 게 아니라,
뮤직 수퍼바이저, 로비 로버트슨(Robbie Robertson)
오랫동안 심혈을 기우렸다는 절묘한 믹싱 기법으로
재창조가 되어, 상당히 심각한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등장을 한다.
마치 이곡의 반주를 연주하듯 뒤에서 들려오는 곡은
바로 독일 출신의 막스 리히터(Max Richter. 1966)
작곡을 한 ‘On The Nature Of Daylight’(아래 동영상)
이라는 음악으로서,
주인공, 테디의 죽은 부인을 회상하는 장면에서는
감미로우면서도 슬픈 이 현악 선율을 오리지널로
따로 들을 수 있다.
어쨌든 원곡들보다는 훨씬 더 우울하게 들리는 이 두 곡의
절묘한 조화는 마틴 스콜세지와 로비 로버트슨이 추구
하였던 이 작품속 영화음악의 상징이라고도 할 수가 있다.

* This Bitter Earth + On The Nature Of Daylight : Mixed by Robbie Robertson


* This Bitter Earth (Dinah Washington):


* On The Nature Of Daylight (Max Richter):




특정 장르만 고집하면서 작품 활동을 할 이유가 없듯
이번에 마틴 스콜세지가 또 새롭게 시도한 이런 스타일의
연출은 상당히 신선한 느낌을 거듭해서 주었다.
비록 스탠리 큐브릭 선배 따라 하기라 할지라도,
“음악이 좋은데, 브람스인가요?
(Nice music, Who is that, Brahms?)”
“아니, 말러야(No. It's Mahler.)”
라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음악적 대사까지,
이 작품 제작자의 반열에도 그 이름이 올라있는
데니스 루헤인(르헤인-Dennis Lehane. 1965. 미국)
2003년에 출간한 원작소설(국내: ‘살인자들의 섬’)의
하드 보일드한 분위기를 일단 뛰어 넘지 않았나 싶다.
또한, 이 작품의 반전과 결말에 관한 해석(논쟁)들을
관객들 모두 다 자유로 각각 할 수 있게 끔 한
마무리 역시도 비록 (언제나 당찬) 스콜세지 답진 않지만,
그 것 역시도 이 작품이 주는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자네라면 어떻게 할 텐가? 평생을 괴물로 살겠나,
선량한 사람으로 죽겠나?"

그런데, 이런 마지막 대사를 하고 걸어가는
우리들의 주인공, 테디(또는 앤드류) 자신이야말로
또 하나의 셔터 아일랜드가 아닐런지.......



* OST 앨범 수록곡 리스트:



Disc: 1
1. Fog Tropes (Orchestra of St. Lukes, conducted by John Adams)
2. Symphony #3: Passacaglia - Allegro Moderato
(National Polish Radio Symphony, conducted by Antonio Wit)
(본문에)
3. Music For Marcel Duchamp (Philipp Vandre, prepared piano)(본문에)
4. Hommage a John Cage (Nam June Paik) (본문에)
5. Lontano (Wiener Philharmoniker, conducted by Claudio Abbado) (본문에)
6. Rothko Chapel 2 (UC Berkeley Chamber Chorus)
7. Cry (Johnny Ray)
8. On The Nature Of Daylight (Max Richter)
(본문에)
9. Uaxuctum: The Legend Of The Mayan City Which
They Themselves Destroyed For Religious Reasons - 3rd M
(Vienna Radio Symphony Orchestra; Peter Rundel, conductor)
10. Quartet For Strings And Piano In A Minor (Prazak Quartet)
(본문에)

Disc: 2
1. Christian Zeal and Activity (John Adams / Edo de Waart & San Francisco Symphony)
2. Suite For Symphonic Strings: Nocturne
(The New Professionals Orchestra, conducted by Rebecca Miller)
3. Lizard Point (Brian Eno)
4. Four Hymns, II For Cello And Double Bass
(Torleif Thedeen & Entcho Radoukanov)
5. Root Of An Unfocus (John Cage)
6. Prelude - The Bay (Ingram Marshall)
7. Tomorrow Night (Lonnie Johnson)
8. This Bitter Earth / On The Nature Of Daylight
(Dinah Washington & Max Richter)
(본문에)

* 관련 동영상 모음:











Jay. 257번째 리뷰. Feb.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