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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이야기들-1960년대하

산타 비토리아의 비밀/The Secret of Santa Vittoria 리뷰 + 동영상 모음

by 음악평론가김제건 2012. 3. 23.
산타 비토리아의 비밀/The Secret of Santa Vittoria 리뷰 + 동영상 모음
1969년/제작+감독: Stanley Crammer/주연:Anthony Quinn
음악: Ernest Gold/136분



그곳에는 무슨 비밀이 있을까?
제목만 들어도 저절로 호기심이 발동하는 이 영화는
영화 중반서부터는 관객들도 그 비밀을 함께 공유하는
같은 한편이 되면서 다함께 그 비밀이 탄로 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게 만든다.
끝 장면에나 가서 비밀이 밝혀지는 무슨 미스테리극이나
스릴러의 형식이 아니라, 참으로 유쾌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웃어가면서 그 비밀 유지에 동참을 하고 또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는 그런 참여 형식이 되는 것이다.



가톨릭, 성인의 이름을 딴
이태리의 북부지방의 한 산골 마을,
산타 비토리아(Santa Vittoria).
대대손손, 포도를 재배하고 와인을 만들어오는 고장으로
와인은 이들 천 여명의 주민들에게 생명이나 다름이 없다.
(최근에는 이곳의 생수나 탄산수가 인기이다/아래 추가원고 참고)
파시스트, 무쏠리니가 실각을 하던 1943년,
2차 대전 중의 어느 날,
술에 절어 될 대로 되라면서 낙천적으로 살고 있는 와인 판매상,
이탈로 봄볼리니(Italo Bombolini -Anthony Quinn, 1915-2001, 멕시코)
엉겁결에 이곳의 시장으로 추대가 된다. (위의 사진)
비록 배운 것은 없으나,
사위가 될, 화비오(Giancarlo Giannini) 에게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읽어보라는 충고를 받고
열심히 공부를 한 이후 책에 나온 대로 시의 간부들을 임명한다.
그런데, 호랑이 같은 부인
로자(Anna Magnani, 1908-1973, 이태리 로마)(아래 사진)에게
여기저기 얻어터지면서까지 공짜 포도주로 시민들의 인심을 얻던
그에게 어느 날 예기치 않았던 위기가 찾아온다.



몇 일후에 독일군이 진주하여 시청 창고에 보관중인 와인들을
모조리 빼앗아 갈 거라는 정보를 입수한 봄볼리니.
고민 끝에 총 131만병의 와인 중에 백만 병을,
고대 로마 시대의 동굴 속으로 옮기기로 결정을 한다.
그리고는 영화 속 (최고의) 명장면이 되는 와인 운반 작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한 줄로 늘어서서 인간 띠를 형성한 후,
한 병씩 한 병씩, 몇 날 며칠 밤을 새며 (비도 맞아 가며)
모두 다 옮겨 놓는다.
(산술적으로는 일초에 한 병씩, 네 줄로, 쉬는 시간 없이
밤낮으로 옮겨도 29일이나 걸린다는 어마어마한 양이다.)

또 이중벽을 쌓아 빈 동굴로 위장을 한 후,
이제 “올 테면 오라지....” 하고, 독일군을 맞을 준비를 한다.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으로
정신 무장이 철저히 된 독일군의 엘리트 장교,
본 프럼 대위(Von Prum-Hardy Kruger, 1928, 독일 베를린)
”Yes Sir." 를 열심히 외치며 아첨을 떠는 봄볼리니와
그가 마을에 있다고 말한 31만병의 와인 중, 몇 병을 갖고
가느냐로 실랑이를 하게 되는데, 며칠 후,
와인을 운반하는 주민들의 즐거워하는 태도에서
자기가 속은 것을 눈치 챈다.
시청 간부 두 명을 포함하여 몇 명을 고문하고 족쳐보나,
모두가 한결같은 오리발들이다.
그리고는 마을에서 철수를 해야만 하는 마지막 날 아침,
시청 앞 광장에 모여 있는 주민들에게 봄볼리니의 머리에
총구를 들이대며 자백을 강요하지만, 생명과도 같은 그 와인을
지키려는 마을 사람들 중에서 나서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마지막 장면의 인상적인 대화가 오간다.

* 본 프럼 대위:
“시장이 죽건 말건 주민들의 반응이 참 대단하군,
그러나, 마지막으로 진실을 얘기해 봐, 와인은 어디에 있어? “

* 봄볼리니 시장:
“와인은 더 이상 없습니다.”
* 본 프럼 대위:
“도대체 어떻게 된 사람들이야? 당신들은?
(What Kind of People Are You ?)....”

* 봄볼리니 시장:
“자, 저희가 준비한 이 와인 선물을 갖고 즐겁게 떠나시죠.
대단하지도 않지만 나쁘지도 않죠. 100만병중의 한 병입니다.
자 그럼 안녕히...


독일군들을 태운 차들이 마을 광장을 벗어나자마자,
앤소니 퀸은 의기양양하게 손가락으로 권총을 쏘는 흉내를 내며
“What Kind of People Are You? “ 라고 말하면서 너털웃음을 웃고
주민들과 흥겹게 돌아가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아래 사진)



주로 무식하고 ‘무데뽀(無鐵砲/일어)’적인 역할에 어울리는
앤소니 퀸(Anthony Quinn. 1915-2001, 멕시코)
완벽한 일인 극 또는 원 맨 쇼 이다.
줄리에타 마시나(Giulietta Masina)와 같이 열연한
'길 (La Strada, 1954)'
‘노틀담의 곱추(Notre Dame de Paris, 1956)',
그리고 그의 최고의 명연기를 볼 수 있다고 평을 받은
‘희랍인 조르바(Zorba, The Greek. 1964)’,
‘25시(The 25th Hour. 1967)‘와도
또 다른 스타일의 대단한 연기가 아닐 수 없는데,
만일에 그가 봄볼리니 시장이 아니었더라도,
이 영화가 그렇게 성공을 하였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31만병의 와인 중, 50% 이상은 절대로 못준다고 하면서
심장을 감싸 안고 쓰러져 몸부림을 치는 그 능청에다가
어리숙한 그 말투하며, 뭔가 모자라는 사람인 듯 연기를
하는 그에게 새삼스러운 존경심까지 우러난다.



로버트 크릿튼(Robert Crichton.1925-1993)이
1966년에 발간한 인기 소설을 영화화하기 위해 준비를 하면서,
스탠리 클래머(Stanley Crammer. 1913-2001, 미국 뉴욕)
제작자 겸 감독은 처음부터 주인공으로 이 앤소니 퀸을
염두에 두었다고 하는데 참으로 완벽한 선택이며,
또 그의 사나운 아내 역으로 나온 이태리의 명배우,
안나 마그나니(Anna Magnani.1908-1973)
탁월한 연기도 또 얼마나 우리들을 즐겁게 하는지.......
본 프럼 대위 앞에서도 거침이 없는 여장부의 모습에 통쾌한
마음까지도 든다. (영화로는 그녀의 유작이다)
원작 소설에는 ‘군주론’과 ‘전쟁론’의 대결 등, 사상적으로도
심각한 면까지 언급을 하고 있지만, 관객들의 유쾌한 기분을
계속 유지 시키려는 클래머 감독은 한 두 번 만 군주론을
거론 할뿐 시종일관 즐거운 분위기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음악이 작품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영화 분위기는
아니지만, 오프닝의 메인타이틀 장면서부터
이태리의 낭만적인 분위기의 주제가가 흐르는 (아래 소개)
이 영화에서 우리는 학생 때부터 귀에 익은
'오 나의 태양이여! (오 쏠레 미오-O Sole Mio)’
두 번씩 이나 들을 수가 있다.
해가 중천에 뜬 대낮에 술이 깨어 즐거운 마음으로 이 노래를
부르며 일층으로 내려오는 봄볼리니의 머리 위로 (로사가 던지는)
날아오는 후라이팬들 덕분에 앤소니 퀸이 탁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끝까지 듣질 못하지만,
대신, 비를 맞으며 와인을 옮기는 주민들을 위하여 마을의 브래스
밴드가 특이한 편곡으로 신나게 연주하는 버전은 오랫동안
즐겁게 들을 수가 있다.
(비가 빨리 그치라는 의미의 봄볼리니 시장의 특별 선곡이다)
이 유명한 이태리 가곡은 엘비스 프레슬리(Elvis Presley) 가
1960년에 ‘It"s Now Or Never’라는 제목으로 노래를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기팝송으로 변신을 하기도 하였다.



* ‘오 쏠레 미오(O Sole Mio)’의 여러 버전과 가사:






1) Che bella cosa na jurnata 'e sole,
N'aria serena doppo na tempesta!
Pe' ll'aria fresca pare gia' na festa
Che bella cosa na jurnata 'e sole.
Ma n'atu sole cchiu' bello, oi ne'
'O sole mio sta 'nfronte a te!
'O sole, 'o sole mio
Sta 'nfronte a te, sta 'nfronte a te!
2) Quanno fa notte e 'o sole se ne scenne,
Me vene quase 'na malincunia
Sotto 'a fenesta toia restarria
Quanno fa notte e 'o sole se ne scenne.
Ma n'atu sole cchiu' bello, oi ne'
'O sole mio sta 'nfronte a te!
'O sole, 'o sole mio
Sta 'nfronte a te, sta 'nfronte a te!


한편, 이 곡을 제외한 영화음악 전체 오리지널 스코어(OS)는
비엔나 출신인 할리우드 영화음악계의 거장,
어네스트 골드(Ernest Gold. 1921-1999- 생애 약100편 작곡)
만들었다.
축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Con Lo Zigo Zigo Zza’가
광장 시퀀스를 비롯하여 여러 번 들리고, Main Theme 이라고
할 수 있는 ‘The Song of Santa Vittoria’가 연주곡으로,
그리고 Sergio Franchi의 노래로 오프닝 크레디츠 시퀀스에서
들을 수 있다. (작사는 Norman Gimbel)

* ‘Con Lo Zigo Zigo Zza’:


* ‘The Song of Santa Vittoria’:
(Sergio Franchi의 노래를 잠깐 들을 수 있는 오프닝 크레디츠와 Filippo Voltaggio 버전):






미스테리한 제목이 주는 분위기와는 정반대로 이 영화는
매우 유쾌하고 즐겁게 관람을 할 수가 있는 작품이다.
더군다나 그 완벽한 앤소니 퀸의 연기 자체만으로도 즐거운
분위기이지만, 그러나 원작자는 이 작품이 단지 코미디로만
인식 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한다.
따져보자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할
점도 은근히 숨겨져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가 굳이 심각한 ‘군주론’이나 ‘전쟁론’을
들먹일 필요가 애당초부터 없었을 것이다.
본 프럼 대위 앞에서 연신 머리를 조아리며 굽실거리는
봄볼리니시장의 태도를 시의회에서 여러 명의 사람들이
비난을 하는 장면이 영화 중반부에 나온다.
그때, 봄볼리니 시장은 다음과 같이 대꾸를 한다.
“나라고 자존심도 없는 줄 아는가?
군주론에도 있지만, 나는 시민들에게 이익만 돌아간다면,
어떤 권모술수 나 또 어떤 비굴한 짓도 서슴지 않을 것이다.“

비록 배운 것이 적고, 또 술주정뱅이로 허송세월을 하던
그였지만 공직에 오른 이후, 그는 180도 달라졌다.
그리고, 위기를 맞게 되고, 그 똑똑한 엘리트, 본 프럼 대위를
상대하면서 그는 오히려 전화위복으로 영웅이 되었다.
이유는 단 하나 매우 간단하다.
"모든 일은 시민들을 위하여......."
어느 신문 컬럼니스트가 얼마 전에 우리나라의 어느 대통령을
가르켜 그는 과연 이 무식한 봄볼리니 시장보다도 결코 나은 점이
있는가? 라고 비판의 글을 쓴 적도 있지만,
대통령이든 면사무소 직원이든 공직(Public Service)이란 것이
과연 무엇인가를 이 즐거운 영화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더
(심각하게) 생각해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추가 원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로마의 유명한 분수가 있는 지명을 상표로 한
탄산수를 출시하여 인기를 끌면서, 탄산수가 요즘 유행이다.
그래서 세계 유명탄산수들도 속속 우리나라 시장에 등장을 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대세는 이태리 제품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그 중에 이 영화 속의 지명, ‘산타 비토리아’ 란 상표의 탄산수도
대형마트에 등장을 하여 반가운 마음에 사다 마셔보면서, (위의 사진)
참...... 세상은 점점 더 좁아지는구나! 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2017년 초.



* 관련 동영상 모음:












revised. Jan.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