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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이야기들-1960년대하

시실리안 / The Sicilian Clan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by 음악평론가김제건 2012. 3. 20.
시실리안 / The Sicilian Clan 음악적 리뷰 + 동영상 모음
1969년/각본+감독: Henry Verneuil/주연; Alain Delon + Jean Gabin +
Lino Ventura/음악; Ennio Morricone/120분



알랑 드롱(Alain Delon. 1935, 프랑스).
1960년의 태양은 가득히 (Plein Soleil)
월드 스타가 된 이래 1960-70년대에 무척이나 많은
갱스터 영화에 출연을 하였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알랑 드롱이 출연한 갱스터 영화
가운데에서는 가장 스케일이 큰 영화가 아닌가 싶다.
물론 출연진도 당시 프랑스 영화계의 거물,
장 가방(Jean Gabin. 1904-1976, 프랑스)
비롯하여 이태리 출신의
리노 벤튜라(Lino Ventura. 1919-1987, 이태리)까지,
당시로서는 거의 완벽한 캐스팅이기도 하지만,
로마와 빠리 그리고 뉴욕이 무대로 등장하는 국제적인
조직범죄 이야기 자체의 스케일도 상당할 뿐 아니라
또 시종일관 스릴이 넘쳐 난다.
그리고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해서 더빙이 아니라
촬영 때부터 아예 영어 대사로 제작이 되었다.



이탈리언 마피아의 원산지, 시칠리아(시실리).
그곳 출신으로서 프랑스에서 핀볼 머신 같은
전자기기의 제조업을 하고 있는
비토리오 마나레즈(Vittorio Manalese-Jean Gabin)
알고 보니 온 가족을 동원하여 조직을 이끄는
마피아 갱단의 두목이다.
맏아들, 알도(Aldo-Yves Lefebvre),
작은 아들, 조, 그리고
딸, 테레사(Theresa-Karen Branguernon)
사위, 루이지(Luiji-Philipe Baronnet)까지
이 모두가 핵심 조직원들이다.
(그래서 이 영화의 원 제목도 ‘시실리안 일가’이다.)
이제는 벌만큼 벌어서 고향 시실리에 15만 에이커나 되는
많은 부동산을 이미 매입하였고 곧 은퇴하여 그곳에서
여생을 보낼 계획인데, 어느 날, 사위, 루이지의 친구인
싸르떼(Roger Sartet-Alain Delon)
25만 달러의 현금을 받고 탈옥을 시켜준다.



보석 가게를 털다가 경찰을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있던
싸르떼는 콜시카 태생으로 14살 때부터 범죄를 저질러오던
전과자로서 누이동생, 모니크와 단둘이서만 프랑스에 살고
있었는데, 탈옥 후, 마나레즈에게 새로운 사업을 제안한다.
바로, 로마에 이어 빠리를 거쳐 뉴욕에서 순회 전시회를
갖는 5,000만 달러 상당의 보석들을 털자는 계획인데
최첨단의 도난 방지 시스템이 결코 만만치 않다.
그래서 마나레즈는 뉴욕에 있는 마피아 친구,
토니 니코시아(Tony Nicosia-Amadeo Nazzari, 1907-1976)
로마로 불러 세부 계획을 의논하게 된다.
한편 맏아들, 알도의 부인인
잔느(Jeanne-Irina Demicck, 1936, 프랑스)와 함께
바닷가에서 은신 중이던 싸르떼는 그냥 벗고 덤비는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 어쩌다 그녀를 안게 되는데,
이를 마나레즈의 외손자, 꼬마가 목격하게 된다.
(아래 사진- 영화 전체 줄거리전개에서 상당히 중요한 장면이다.)



빠리 경찰청 소속 르고프(Le Goff-Lino Ventura)경위는
은신중인 싸르떼를 붙잡기 위해 총력을 기우리면서
그의 동생인 모니크를 감시하다가 뜻밖에 마나레즈가
의뢰한 가짜 여권의 제조자를 체포하면서
마나레즈의 회사를 찾아오게 된다.
그러나 노련하게 그를 따돌리는 마나레즈는 다시
온 가족을 동원하여 (뉴욕 마피아 친구의 아이디어에 따라)
파리에서 뉴욕으로 운송중인 보석을 실은 비행기를
하이재킹하기로 한다.
출발할 때부터 몇 백 명의 경찰이 우글거리는
그 DC-8 여객기를 그들은 어떻게 탈취할 것인가?
우선 싸르떼가 비행기 출발지인 로마에서 보험회사 직원을
가장하여 미리 탑승을 하고, 나머지 마나레즈 가족들은
경유지인 빠리에서 합류를 하여 하이재킹에 성공을 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최고의 명장면,
공사 중인 뉴욕공항 인근의 고속도로에
그 큰 덩치의 비행기를 착륙시킨다.



고속도로에 내리자마자 나머지 일들은 모두 뉴욕의
마피아에게 맡기고, 45분 후에 출발하는 귀국 비행기로
감쪽같이 돌아온 마나레즈 가족들.
TV 앞에 둘러앉아 평온하게 드라마를 보다
외손자의 말 한마디에 온 가족이 벌컥 뒤집어진다.
싸르떼가 맏며느리인 잔느와 간통하였다고 생각한
마나레즈는 르고프 경위가 대기 중인 오를리 공항으로
싸르떼를 다시 돌아오게 만들고,
자기 몫의 현금을 달라는 싸르떼와 잔느를
빠리 근교의 외진 곳에서 함께 사살한다.
그리고 돌아온 회사에서 범행 일체를 알고
대기 중인 르고프 경위에게 순순히 체포가 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뭐니 뭐니해도
1시간 40여분이 지나도록 관객들이 전혀 짐작을 할 수가
없게 만든 하이재킹의 뒷마무리 방법이 안겨준다.
모든 범행을 알게 된 르고프 경위의 연락을 받고
뉴욕 공항에는 엄청난 수의 경찰들이 대기를 하고 있는데,
엉뚱한 고속도로에 그 큰 비행기가 내리리라고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래서 빠리에서 대기 중이던 르고프 경위가
끊었던 담배를 도로 피는 심정이 쉽게 이해가 간다.
(위의 사진)
어쨌든 완전범죄로 마무리가 될 수 있었던 이 사건은
가문의 명예를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 시실리안 노인네의 오해 아닌 오해로 인해서
끈질기게 추적을 하던 르고프 경위의 승리로 막을 내리는 것이다.



영화는 초반에 드릴을 사용해서 경찰 호송차 바닥을 들어내고
탈출을 하는 싸르떼의 모습에서부터 긴박감을 주기 시작한다.
창녀와 호텔에 있다가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도망치는 장면,
그리고 탑승을 위해 가짜로 위장을 한 보험사의 에반스의
실제부인이 나타나 모든 것이 들통 날 번한 일 등,
또한 르고프 경위가 기다리는 빠리의 오를리 공항으로
싸르떼가 귀국을 하는 장면까지 시종일관 스릴이 넘쳐난다.
물론 반전이 아닌 (최대의) 반전인 비행기 착륙장면은
말할 것도 없지만......어쨌든 무척이나 재미는 있는데
누가 프랑스 영화 아니랄까봐,
끝내, 알랑 드롱은 또 다시 허무하게 죽고 만다.
끝 장면에서 르고프 경위와 함께 건물을 나서는
마나레즈에게 외손자가 이렇게 말을 건다.
“할아버지, 오늘밤에 저랑 식사를 같이 하실 거죠?”
그의 마지막 대사는 간단하다.
“아니. 오늘밤은 안 돼.....(No, Not Tonight.........)”



여운이 남는 이런 잔재미들이 바로
이 프랑스 영화의 매력이기도 한데, 터키 출신의
앙리 베르뉴(베르뉴이/Henry Verneuil. 1920-2002)
감독역할과 함께 이 잘 짜여 진 시나리오도 함께 집필하였다.
남성 위주의 영화를 잘 만들기로 유명한
이 앙리 베르뉴의 또 다른 대표작으로는
우리나라에서도 무척 인기가 높았던 1963년도의
‘지하실의 멜로디(Melodie En Sous - Sol)‘
1967년도의 ‘25시(The 25th Hour)’
들 수가 있는데, 그는 확실히 장 가방이나 알랑 드롱 같은
대스타의 매력을 십분 활용할 줄 아는 감독임에 틀림이 없어
캐스팅이 화려한 이 작품에서도 역시 이들 탑 스타들의
매력(특히 알랑 드롱의 매력)은 그냥 철철 넘쳐난다.
그러기에 많은 관객들은 그 비극적인 결말에
더욱 더 아쉬움을 느끼는 것이다.
(또 바로 그 점을 노리지 않았겠는가?)



이 영화도 이태리가 낳은 영화 음악계의 황제,
엔니오 모리꼬네(Ennio Morricone. 1928-2020. 로마)
초기 역량이 참 잘 배어있는 작품이다.
1964년의 황야의 무법자 의 대 성공이후,
모리꼬네는 오페라의 아리아와도 같은 음악을 비롯하여
계속 여러 스타일로 영화 음악의 개혁을 꾸준히
시도하고 있었는데,
이 영화의 음악은 굳이 따지자면 다시 ‘무법자 시리즈’의
초기 음악 스타일로 회귀하였다고 생각해도 되겠다.
단순하면서도 그만의 색깔이 잘 나타나는 특이한 멜로디를
계속 반복해 연주하고 있는데, ‘무법자 시리즈’ 내내 등장
하였던 유태인 하프(Jewish Harp)라는 악기는 여기서도
또 다시 희한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또 전기기타의 낭랑한 소리 역시 쓸쓸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상당히 미스테리 한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평범하지가 않아서 더 외우기가 쉬운
이 메인 테마(Main Theme) 단 한곡 만 2시간 내내
나오는 것이 이 영화음악의 단점이자 장점이기도 한데,
어쨋든 ‘무법자 시리즈’ 때보다는 훨씬 더 세련되어진
음악인 것만은 확실하다.





또 당시, 유럽 전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카이로 태생의 1954년 미스 이집트, 달리다(Dalida. 1933-1987)도
이 영화의 인기에 힘입어 주제곡에다 가사를 붙여 발표하기도 했었다.





1987년에 마이클 치미노(Michael Cimino)감독이
‘시실리안(The Sicilian)’이라는 같은 한글 제목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물론 이 작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1960년에 그 오리지널이 만들어 졌던
‘오션스 일레븐(Ocean's Eleven)’
2001년부터 리메이크가 시작이 되면서 21세기에도 계속
그 시리즈가 만들어지고 있고, 또 이 작품과 같은 해에
‘이탈리안 잡(The Italian Job. 1969)’이라는
유사한 스타일의 영화도 나온 후,
2003년에 리메이크가 되기도 했었지만 이 작품 역시도
‘포스트 누와르(Post Noir)의 범죄 영화‘로서는
이제 거의 고전에 가까운 명작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아니 오히려 지능형 범죄 영화들에게는 일종의 교과서와도
같은 작품으로서 수많은 영화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시실리, 즉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사는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들으면 기분이 좀 나쁘겠지만,
‘대부(The Godfather) 시리즈’도 마찬가지로
시실리 하면 왠지 이렇게 어두운 쪽만 많이 연상이 된다.
그래서 마피아하면 온통 다 그쪽 출신 사람들 같은
이미지까지 생겼으니 역시 영화의 힘이 세긴 센 모양이다.



* 관련 동영상모음:










revised. Mar. 2019.